[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내 안에 우는 아이

입력 2017-10-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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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때로 급격하게 절벽에 떨어지듯 우울할 때가 있다. 자신감이 바닥을 치거나 나는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학까지 겹치면 그런 순간 내 안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존재가 불쑥 커진다. 분명 나 자신이면서 어색하고 낯선 이 아이는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그 아픈 못이 본인은 성장했음에도 자라지 않고 내면(內面)에서 울고 있는 아이로 살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누구나 그런 아이가 내면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안 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거부당하는 일이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경우나 자신의 약점을 지적당하는 순간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늘 울고 있는 아이로 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우는 아이와는 서로 소통하고 달래고 어루만져야 하는데 보통은 방치하고, 분명 있는데 없는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삶은 그 존재를 모른 척하거나 아예 없는 존재로 덮어 버리기도 한다는 것. 삶은 이렇듯 너무 많이 고장 나 있지만 수리를 거부한다. 고장 난 그대로 고장 난 수레처럼 끌고 가는 것이 삶이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의 나날을 살았던 아이는 오래도록 내 안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성인이 되었지만 그 아이는 자라지 않고 그 상태 속에서 화해되지 못한 체 울고 있었던 것이다.

딸만 내리 일곱을 낳고 나 다음으로 아들을 얻은 어머니는 생명처럼 그 아들을 머리에 이고 살았다. 피해자는 어린 나 자신이었고 나는 늘 혼자 울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외면당한 것을 인생의 실패자로 자처하거나 떠돌림이라고 생각했으며 상처투성이인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면서 심리학자인 마거릿 폴은 ‘내면아이 상처 치유하기’에서 “내면아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만약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이를 자연스럽게 터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자라지 못했기에 삶에 고통을 가져오는 의존적(依存的) 관계를 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의 시발점이 내면적 유대감 형성이다”라고 말한다. 내면아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성인 자아(成人自我)와 부모 역할을 하는 것은 생산적이고 즐거운 인생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내면아이와의 화해는 타인과의 관계도 호전시킨다고 말한다.

결국 불안 우울 열등감 두려움 외로움 의심 치욕감은 내면아이에게 무관심했으므로 일어난 감정들의 씨앗들이라는 것. 등 두들겨 주고 어루만지며 사랑할 때, 그 존재를 안다고 껴안아 줄 때 긍정적 에너지가 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면어른은 누구인가? 지성과 행동의 주체, 즉 성장한 어른이다. 내면아이를 깨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 훈련이야말로 다각적 예술의 이해요, 치유의 언어로 말하기라고 볼 수 있다.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내면아이와의 끝없는 대화로써 사랑하며 내면을 들여다보며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아니 누구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바로 내면아이와의 적극적인 대화(對話)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시를 쓸 때 그 내면아이의 울음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그래서 글쓰기가 가장 내게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오늘까지 끌고 온 것은 아닐까. 고통이지만 후련한 그 무엇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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