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이 만난 사람]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나는 여전히 목 마른 두레박”

입력 2017-10-20 09:00 수정 2017-10-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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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문제 아니라 인간지능이 문제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어령(李御寧)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은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문화행정의 기틀을 세우고, 다채롭고 무수한 글과 강연으로 시대와 문명에 대해, 그리고 한국인에 대해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로 해석하고 전망해온 분이다. 88서울올림픽, 새천년맞이 사업 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것 같은데도 우리 시대의 ‘늙지 않는 크리에이터(창조자)’는 여전히 자신을 목마른 두레박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우물을 찾고 있다. 지난 16일 평창동 자택으로 찾아가 그 목마름과 우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초 이투데이 창간 7주년(10월 4일) 특집으로 기획된 인터뷰가 좀 늦어졌지만, 문화의 달 10월에 인간의 삶과 새롭게 살아가야 할 문명에 대한 박식(博識)과 강기(强記), 변함없이 막힘없는 언어를 접한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 스스로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고 말해오셨는데, 요즘 어떤 우물을 찾고 있습니까?

“지금 파고 있는 우물은 아주 특이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판 우물들이라면 주로 글로 판 것 아닙니까. 펜으로 판 것 아닙니까. 문학평론, 에세이, 소설, 희곡, 그리고 시나리오까지 많은 땅에서 우물을 파왔죠. 그런데 이번에는 글이 아니라 말입니다. 이야기꾼이 되는 것입니다. 이젠 문학평론가나 인문학자가 아니라 나무꾼처럼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지요.

책을 읽기 전 어렸을 때 나는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고 잠들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하나도 재미없는데 매일 밤 똑같은 이야기를 졸라서 들었던 겁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한 고개도 미처 넘기 전에 잠이 들었지요. 꼬부랑꼬부랑, 꼬부랑길을 따라 고개를 넘다보면 어느새 잠이 듭니다.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입니다. 80을 지난 이제야 그 꼬부랑 할머니가 한국인인 우리를 낳아주신 생명력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힘없어 보이는 그 할머니가 바로 보릿고개를 넘고, 나운규처럼 일제 압박시대에 아리랑고개를 넘고, 전쟁과 가난과 모든 수난의 고개를 넘어온 영웅이었던 것이죠.

노자가 ‘곡신불사(谷神不死) 현빈(玄牝), 즉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 이를 현묘한 암컷이라고 한다’고 했듯 그것이 바로 할머니의 생명력의 원천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 지팡이는 미사일이나 원폭이 아니라 생명력을 지탱해주는 자연의 힘이었던 겁니다. 마녀의 요술지팡이도 아니고 신선의 지팡이도, 개화기 때 개화장(開化杖)이라고 했던 서양의 단장도 아니었던 겁니다. 한마디로 폭력의 몽둥이가 아닙니다.”

▲이어령(가운데)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본사 이꽃들 기자(왼쪽), 임철순 주필(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어령(가운데)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본사 이꽃들 기자(왼쪽), 임철순 주필(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젠 평론가에서 이야기꾼으로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 계신다는 거군요. 신문에도 연재하고 방송에서도 들려줬던 그 글을 마무리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시즌1밖에 쓰지 못한 ‘한국인 이야기’를 전부 정리하면 12권이 됩니다. 물론 그것을 정리 중이지요. 하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의 우물 파기는 알파고에 관한 것입니다. 왜 하고많은 땅 다 두고 일본, 중국 제쳐놓고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서울 광화문에 와서 전 세계에 AI 시대를 선포했겠습니까. 바둑을 두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알파고는 바로 우리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의 혁명을 일으키고 자율자동차가 되어 세계 모든 도시의 길을 달리게 될 겁니다.

그뿐이 아니죠. 병실의 환자들 머리맡에, 소외된 장애인들 곁에, 전쟁과 테러의 현장이나 폭력의 골목 속에서 알파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류를 위협하는 것이 되느냐, 또는 꼬부랑 할머니의 지팡이처럼 인류를 도와주는 기능을 갖게 될 것이냐 그것이 한국인 손에 달렸다는 거죠. 할머니의 꼬부랑 지팡이는 곤봉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은퇴를 선언하고 조용히 ‘한국인 이야기’만 쓰려 했다가 다시 방송에 출연하고 강연하고 글과 인터뷰와 같은 언론매체에 등장하게 되었던 거죠.”

-이사장님의 전공은 문학인데 인공지능은 과학기술 분야 아닙니까. 왜 하필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 하십니까?

“이유가 있어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을 떠날 때의 내 마지막 강의가 바로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었지요. 당시 빌 조이의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Why the future doesn't need us)’라는 글을 학생들에게 읽히고 리포트까지 받았어요. 그 글은 ABC(Atom, Bio, Chemical) 기술(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화생방 기술이죠)이 21세기에는 GNR(Genome, Nano, Robotics)로 변한다는 겁니다. 인공지능, IT(정보기술)가 이 기술들과 결합되면 인류는 파멸할 것이라는 경고였죠. 그런데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라는 미국 기업인은 그러한 시대를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고 부르면서 2045년이면 천지개벽해서 인간이 불로장생한다고 했습니다. 이 커즈와일이 바로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AI분야에서 고문직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건 과학기술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문제이고 그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로 특히 바둑권 문화인 아시아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우리 자손들을 위한 한국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컴퓨터 7대가 옹위(擁圍)하고 있는 서재에서 알파고를 논하는 이어령 이사장. 책상에 펼쳐진 책은 어지러워 보이지만 다 이유가 있고 나름의 질서가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컴퓨터 7대가 옹위(擁圍)하고 있는 서재에서 알파고를 논하는 이어령 이사장. 책상에 펼쳐진 책은 어지러워 보이지만 다 이유가 있고 나름의 질서가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인공지능은 인간을 돕는 지팡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왜 이사장님이 ‘디지로그’와 ‘생명은 자본이다’라는 저서를 내셨는지 그 연관성이 확실해지는군요.

“내 마지막 강의로부터 16년 뒤에 알파고가 온 것입니다. 그동안 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서로 융합하는 디지로그의 시대가 온다는 것과 그렇게 되면 생명이 자본이 되고, 정보화가 생명화가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책으로 쓴 것이죠. 구글 같은 디지털 기업이 이제는 아날로그의 자동차를 만드는 시대가 됐고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 회사가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를 차립니다.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7대를 가지고 있다고 소문난 컴퓨터도 이제는 쓸 수가 없어서 말로 딕테이션을 해 그야말로 이야기꾼이 되어 알파고를 맞는 한국인 이야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백세건강, 수명 연장을 위한 인공지능의 기여에도 관심이 높습니다만.

“병이 나서 병원에 가면 이미 늦습니다. 이제는 병을 미리 가려주고 발병의 위험을 알려주는 예방의학, 미리 수술해주는 선제의료, 더 나아가 개인별 건강을 설계해주는 맞춤의학이 일반화하는 시대입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부작용도 참 많지만 얼마나 좋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많습니까? 인공지능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지능이 문제입니다.”

중간에 별도의 질문을 던져 말을 끊을 필요가 없을 만큼 이 이사장은 활기차게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실은 지금 미령(靡寧)하다. 올해 83세인 그는 4년 전 병을 만나 세 번 수술을 받은 상태다. 그런데 투병이나 치병(治病)이 아니라 병과 함께하는 친병(親病)을 말하고 있었다.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이투데이 신문을 보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이투데이 신문을 보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나는 지금 병중이지만 친구 삼을 것

-병과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 쓰는 사람들이 병이 나면 글을 못 쓰게 됩니다. 자기가 겪은 불행한 일은 글로 쓸 수 있으니 불행까지도 재산이 됩니다. 그러나 병은 그렇지 않지요. 병이 나면 서양에서는 구술을 많이 하지만 우리말은 구술이 잘 안 됩니다. 논리적 바탕이 짜여 있지 않아 말한 걸 풀어 놓으면 주술(主述)관계가 안 맞고 비논리적인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구술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나는 컴퓨터를 7대나 가지고 있는데 병이 나니 그게 다 소용이 없더군요. 우선 자판, 키보드를 치기 힘들고 모니터 보기도 힘들고. 그래서 전자펜으로 필기를 해 텍스트파일로 바꾸고 있어요. 그런데 나는 조사(助詞) 하나 가지고 온종일 씨름할 정도로 까다로운 사람인데 불편할 수밖에 없지요.

병이 나자 글도 못 쓰고 구술도 못 하고 써야 할 글은 많은데 아무것도 못 쓰니까 병 자체가 글 쓰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글을 쓰는 재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렸을 때 주사를 놓으면 주사 찌르는 걸 못 봐 피하지요. 사람들이 병을 나면 피해. 피병(避病)이야. 병은 자랑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직장인이건 정치인이건 밝히면 손해니까 속이고 병을 피하지요. 그런데 지병(持病)이라는 말이 있잖아? 휴대전화처럼 병을 갖고 다니는 거지요. 사람치고 병을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옛날 선비들의 글을 보면 ‘강호(江湖)에 병이 깊어’ 이렇게 읊거나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십니까?” 하고 묻고 답장에는 꼭 병 이야기를 하곤 했지요. 늙고 병든 몸이라는 걸 내세워 정치적 수난을 피하고 정쟁의 위험으로부터 피하곤 했어요. 병을 자기 재산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거지. 그래서 한국에서는 병이 갖는 문화적 의미가 큽니다. 당쟁 사화(士禍)가 많았던 시절, 병이 오히려 목숨을 지켜준 일이 많았지요.(웃음)”

-조지훈(1920~1968)의 시 ‘병에게’는 “잘 가게 이 친구/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보세그려.” 이렇게 끝납니다. 그분은 쉰도 안 돼 타계했지만 이런 마음인가요?

“하하. 말로는 다 그렇게 하는 거지. 병은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어요. 내가 만약 건강했더라면 하고 땅을 쳐도 시원찮아. 건강하다면 이 화창한 날 다른 데 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런데 병까지도 인간을 이길 수 없게 하는 방법은 친구로 삼는 거지요. 적으로 맞서 싸우면 병에 이길 수 없어요.”

-그동안 그런 마음을 작품으로 쓰신 게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많이 썼지요. 그런데 다 메모 정도이고 알파고 때문에 쓴 시 하나가 생각나는 군요. 정보시대에는 숨을 곳이 없으니/황진이의 시조 한 수라도 읊어보시게./‘나도 몰라 하노라’, 이렇게 끝나는데 스마트폰을 없앴으면 신문사 전화를 안 받았을 것이고 그랬으면 알파고에 대해 전화 인터뷰를 하고 봇물 터지듯이 라디오 TV에 나가 말을 하지 않았겠지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은퇴에 관한 책 한 권을 썼지만 정보시대에는 은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정보 단식(斷食)’이라는 말도 생겨난 것 같습니다. 정보시대에는 숨을 곳이 없어요. TV, 인터넷, 휴대전화 일체를 일정 기간 플러그 오프하는 것을 정보단식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실험까지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영화배우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표정에 나타난 감정을 물으면 제대로 읽고 대답할 줄 아는 수가 반도 안 된다고 해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빼앗고 1주일 동안 캠프 생활을 하게 한 뒤 같은 테스트를 하면 아이들은 훨씬 능숙하게 사진 속 인물의 감정을 읽어요. 스마트폰 대신 서로의 얼굴을 보고 감정을 나눈 결과죠. 현대인은 사람의 안면을 보지 않고 화면을 보는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습니다.”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두레박은 비어있어야 물을 퍼내지

-혹시 자찬명(自撰銘) 같은 글을 써놓으신 게 있는지.

“그런 건 없습니다만 나보고 내 묘비명을 쓰라고 한다면 ‘평생 퍼내도 퍼내도 항상 갈증을 느껴 우물을 판 사람’이라고 말하겠어요. 영원히 두레박의 갈증을 가지고 평생 살아온 사람. 두레박은 늘 비어 있어야 물을 퍼낼 수가 있지요. 이 비어 있는 것이 갈증입니다. 영원한 갈증이지요.”

-10월이니 노벨문학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올해에도 한국인은 그 상을 받지 못했는데 뭐가 가장 큰 문제일까요.

“문학이 목적이 되어야지 상이 목적이 되면 안 됩니다. 상을 생각하면 못 탑니다. 노벨상 탄 사람들은 혼자서 남이 알아주건 말건 자기 일을 해온 사람들입니다. 20년, 30년씩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걸 혼자서 계속해온 사람들이 상을 받는 거지요. 일본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사람이 흙을 가지고 미생물 연구하다가 병을 찾아냈는데 이런 사람이 흙 들여다보면서 상 탈 생각을 했겠어요? 노벨상 의식하지 말고 매스컴에서 뭐라고 하건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사람이 하면 상을 받는 겁니다.”

-요즘 ‘비평의 죽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평론가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4대 문예지가 올해 평론부문 신인상 당선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요즘은 남의 글 안 읽으려고 하지요. 예전엔 글 읽는 사람이 많고 뭘 쓰면 방방곡곡 쩡 울렸습니다. 나는 스물네 살로 문단에 나오면서 스타가 됐는데, 거리에서 ‘오빠부대’처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대입니다. 비평의 존재의미 자체가 많이 달라진 거지요. 인터넷 댓글을 보면 네티즌 전체가 비평가들입니다. 뭐 따로 평론가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게지요.”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가 내년이면 발족 10년인데 특별한 계획이 있습니까?

“오늘날의 갈등 사태를 예견했어요. 한중일이 패권경쟁을 하고 대륙과 해양세력이 맞부딪혀 내가 이미 10여 년 전에 3개국의 이항대립(二項對立)을 가위바위보의 삼항순환(三項循環)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순환을 위해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도 만들었는데 역부족을 느낍니다. 아시아가 공유하는 가치 위에서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한중일 문화를 연구하고 십이지(十二支)와 매화를 비롯한 세한삼우(歲寒三友) 등 같고도 다르고 다르고도 같은 3국의 문화전통과 문화유산을 분석도 해왔지만 나아진 게 없습니다. 연구소 발족 1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그간 개발해 둔 연구 컨텐츠들 중 미처 출간하지 못한 것들을 정식 출간할 예정입니다. 나의 이 뜻을 다음 세대들이 이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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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은 불편한 몸인데도 요즘 ’한국인 이야기’라는 웅숭깊은 우물을 파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은 불편한 몸인데도 요즘 ’한국인 이야기’라는 웅숭깊은 우물을 파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어령의 근작 시

차멀미가 나면 내리시게.
그게 자동차라면 길 이름 묻지 말고
그게 기차라면 역 이름 알 것 없이 얼른 내리시게나.
그런데 그게 뱃멀미라면 어쩌시겠나.
그게 비행기멀미라면 어쩌시겠나.
그래도 눈 딱 감고 뛰어내리시게나.
바다 속이면 발광어(發光魚)가 되고
하늘이라면 별똥별이 되겠지.

그러나 묻지 마시게.
그게 TV, 인터넷, 정보 멀미라면 어쩌시겠나.
옛날 사람들은 ‘사람’멀미가 나면 산림 속으로 숨었지만
정보시대에는 숨을 곳이 없으니
황진이의 시조 한 수라도 읊어보시게.
‘나도 몰라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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