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82. 백신애(白信愛)

입력 2017-08-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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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빈궁을 그려낸 소설가

백신애(白信愛·1908~1939)는 경북 영천 출생으로 32세의 나이로 짧은 생애를 살다 간 1930년대 여성작가이다. 완고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해 신식교육을 받지 못했고, 15세가 될 때까지 독선생에게 한학과 여학교 강의록 등을 배웠다. 16세에 대구사범에 들어가 수학한 후 3종 훈도(訓導) 자격을 얻어 교원생활을 한다.

짧은 교원생활 후 상경, 이후 조선여성동우회, 여자청년동맹 등에 가입하여 활동하였으며, 1929년 ‘나의 어머니’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28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여행했으며, 1930년 도일하여 니혼(日本)대학 예술과에 다니면서 연극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1933년 결혼하지만 2년 만에 이혼하였고 1938년 오빠 기호와 중국 상해를 다녀오기도 하는 등 순탄치 않은 삶 속에서도 활달한 성격의 신여성이었다고 한다. 소설 17편과 수필 10여 편을 남겼다.(작품 확정에 대해서는 서정자의 연구를 따랐다.) 여성작가로는 드물게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당시의 세계사적 공간을 경험했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 최근 연구자들은 ‘주변성’, ‘타자성’, ‘여성성’을 키워드로 작품을 분석하고 있다.

대표작 ‘꺼래이’(1934)에서는 먹고살 것이 없어 러시아 국경을 넘나드는 순이네 일가의 죽음을 보여줌으로써 추위와 굶주림의 참상을 보여주었다. 특이하게 블라디보스토크라는 경계적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조선인의 디아스포라 현상을 작품화하였다.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는 ‘매촌댁 늙은이’의 애환을 그린 ‘적빈(赤貧)’(1934)에서는 며느리들의 출산을 준비하는 가난한 시어머니의 애환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사람은 똥 힘으로 산다며 똥도 참는 매촌댁의 자식 먹여 살리기의 힘겨움은 웃음과 슬픔의 아이러니로 하층민 여성의 현실을 전달한다.

그 외에도 구식 여성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과 새 세계를 찾아 나아가는 신식 여성들의 출발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여성주의 의식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고작인 ‘아름다운 노을’에서는 나어린 소년을 사랑하는 화가를 통해 여성의 애욕을 대담하게 그려내는 등 유랑하는 민중의 궁핍한 삶으로부터 여성의 능동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억압을 의문시하는 데까지 경계에 선 사람들의 다양한 문제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었다.

소설 ‘나의 어머니’(1929), ‘꺼래이’(1934), ‘복선이’(1934), ‘채색교(彩色橋)’(1934), ‘적빈’(1934), ‘낙오’(1934), ‘악부자(顎富者)’(1935), ‘의혹의 흑모(黑眸)’(1935), ‘정현주’(1935), ‘학사’(1936), ‘빈곤’(1936), ‘정조원(貞操怨)’(1936), ‘광인수기(狂人手記)’(1938), ‘소독부(小毒婦)’(1938), ‘여인’(1938), ‘혼명에서’(1939), ‘아름다운 노을(유고)’(1939) 등이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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