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유리천장을 깨다] 남미경 한만두식품 대표 “만두 하나로 꼬리 문 인연 덕에 ‘기적’ 빚었죠”

입력 2017-08-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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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보험판매원 그만두고 만두사업

1999년·2004년 ‘만두파동’에 신불자 전락

기적처럼 만난 노인 덕분에 재기자본 마련

‘갈비만두’ 대박 3년만에 ‘135억 매출 신화’

받은만큼 베풀자 다짐… 공부방 후원 활동

▲9일 경기 양주에 위치한 공장 사무실에서 만난 남미경 한만두 대표는 “만두는 제 인생의 전부”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9일 경기 양주에 위치한 공장 사무실에서 만난 남미경 한만두 대표는 “만두는 제 인생의 전부”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그는 왼손 약지 한 마디가 없다. 그에겐 만두가 있다. 만두를 먹여 키워낸 자녀가 있다. 그리고 신앙이 있었다.

“왜 여자는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여자는 쉽게 포기해서 사업파트너로 싫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 설득해 총판 계약을 맺었죠.”

9일 경기 양주에 위치한 공장에서 만난 남미경(54) 한만두식품 대표는 1996년 33살이던 당시 이혼한 보험판매원이었다. 어느 날 자신이 도움을 준 여행 가이드로부터 인천의 한 만두가 그렇게 맛있다는 소문을 듣는다. 다니던 직장에서 ‘보험판매왕’까지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보험판매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싫던 그는 무작정 그 만두공장을 찾아가 총판권을 팔라고 제안했다.‘여자라서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흘 밤낮을 찾아가 사장을 설득해 승낙을 받아낸 그는 그렇게 만두업계에 발을 들였다.

처음 시작한 만두유통업은 1999년 1차 만두파동이 일어나면서 그의 표현대로 ‘쫄딱 망했다’. 상심한 그는 미국행을 결심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그해 6월 아예 양주에 수제 물만두 제조회사를 차렸다. 말이 회사지 보증금 500만원, 월세 60만원짜리 임대 공장에 작은 기계 두 대를 놓고 주부 직원 10명과 함께 손으로 만두를 만드는 영세한 공장이었다. 장사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월세를 못내고 직원 인건비도 반년 이상 밀렸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보고 좌절하자는 생각에 그는 직원 3명을 내보내고 자신이 그 몫을 대신 맡았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혼자 만두피를 밀고 만두속을 비볐다. 직원이 출근하면 낮동안 함께 만두를 만들고 포장했다. 직원들이 퇴근하면 혼자 포장 만두를 1톤 트럭에 싣고 서울 전역에 배달했다. 일이 끝나면 새벽 1시,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나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30대 후반의 남 사장은 그렇게 ‘코피를 흘리며’ 3년 일한 끝에 밀린 인건비를 주고 신용불량자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2003년에 빚을 다 갚고 ‘하나님, 빚 다 갚았으니 이제 선교하러 갈게요’ 했더니 하나님이 ‘여기가 네 선교지다’라고 응답이 왔습니다. 그때 만두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게 제 업이라는 걸 받아들였죠.” 사업 목표도 분명하게 세웠다. ‘한만두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 이익이 나면 불우이웃을 돕는다, 통일이 되면 북한을 먹여 살린다’가 새로운 비전이었다.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난 이후로도 사업은 쉽지 않았다. 곧이은 2004년도에 2차 만두파동, 이른바 ‘쓰레기만두’ 사건이 터져 잠시 문을 닫기도 했다. 2010년까지 성장 없이 적자 안 날 만큼 버는 정체기가 이어지다 2011년 또 위기가 찾아왔다.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이 의무화되면서 위생 기준에 맞춘 새 공장을 짓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했던 것. 덜컥 부지를 사놓았지만 공장을 짓고 새 기계를 들일 수십억 원은커녕 대출 담보로 잡힐 수억 원도 없었다.

그즈음 거짓말처럼 한 노인이 남 대표가 만든 만두가 맛있다고 총판권을 팔라며 공장을 찾아왔다. 예전에 남 대표가 인천 만두공장을 찾아갔던 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남 대표는 대출 담보로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인 3억 원을 부르고 싶었지만 입을 떼지 못했다. 당시 총판권은 5000만 원을 넘지 않는게 상례였다. 어쩔 수 없이 노인을 돌려보냈지만 그는 수차례 찾아와 설득했다. 새 공장을 짓지 못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데 자금이 없다며 거절 배경을 설명하자 그는 자신이 아는 건설회사에 남 대표를 데려가 자신이 보증을 설 테니 건물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생판 남이던 건설회사 사장은 통장에 5억 원을 예치해줬고 은행 대출까지 알선해줬다. 그렇게 계약금 10원 없이 건물이 올라가고 그의 말대로 ’기적’이 일어났다.

2012년 연매출 10억원에 불과하던 한만두는 2013년 30억, 2014년 60억으로 차츰 성장해 2015년 TV에 나온 배우 송일국의 삼둥이 아들들 덕분에 ‘갈비만두’로 대박을 내며 135억을 기록한 이래 지난해에도 100억 원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작년부터는 소량이지만 미국 수출길도 트였다. 남 대표와 직원 120명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만두 종류만 91가지다. “갈비만두가 제일 인기지만 쭈꾸미 만두, 낙지 만두, 떡볶이 만두, 유산슬 군만두, 크림치즈 만두 등 다양한 만두 종류가 강점이죠.”

남 대표는 자신에게 만두를 처음 소개시켜준 여행 가이드, 총판권을 사려고 찾아온 노인, 건설회사 사장 등의 소중한 인연을 ‘인생의 은인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의정부시의 공부방 20여곳의 학생들을 비롯해 다양한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장남과 함께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남 대표는 “지금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고 털어놨다.

“만두는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90년대 당시 고졸 출신 여성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변변치 않을 때 만두로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남 대표는 같은 어려움에 빠져 있는 여성들에게도 조언했다. “여성은 사랑을 받고 싶다 보니 자립하기 어려워집니다. 여성도 누군가를 도와줄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닫고 자주적으로 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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