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53. 순비(順妃)

입력 2017-07-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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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남매 낳은 과부로 고려 충선왕과 재혼

순비(順妃·?~1335)는 고려 충선왕의 제6비이다. 양천 허씨로, 아버지는 첨의중찬을 지낸 문경공(文敬公) 허공(許珙), 어머니는 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 최징(崔澄)의 딸이다.

허공은 처음에 정당문학(政堂文學) 윤극민(尹克敏)의 딸과 혼인하여 3남 2녀를 낳았으며, 윤 씨가 죽자 다시 최징의 딸과 재혼하여 2남 2녀를 낳았다. 따라서 순비의 형제자매는 매우 많았으며, 이들이 모두 고관대작이 되고, 명문가와 혼인했다는 점에서 가문의 성세(聲勢)가 그야말로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순비는 처음에 종친인 평양공 왕현(王眩)과 혼인했다가 남편이 죽자 1308년 충선왕과 재혼, 순비로 책봉되었다. 재혼녀가 왕비가 되는 것은 고려시대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순비의 경우는 좀 특별한 것이, 혼인 당시 이미 3남 4녀의 어머니였다는 점이다. 무려 아이를 일곱이나 낳았고, 그렇다면 나이도 결코 적지 않았을 과부를 왕비로 들인 것이다. 이를 통해 고려시대에는 재혼에 대한 어떠한 금기도 없었으며, 처녀성에 대한 숭배 따위는 아예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재혼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아마도 그녀의 미모였을 것이다. 묘지명에 따르면 순비는 “아리땁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바탕이 선녀” 같았고, “연꽃도 고운 자태를 양보하고, 난초도 그 향기를 부끄러워”할 만큼 미인이었다 한다. 더욱이 그녀의 집안이 당대 최고의 명문가였다는 점도 작용을 하였을 것이다. 또 고려 왕실이 일부다처제라 단 한 명의 왕비를 택할 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간택 규정이 덜 엄격(?)했으리라는 점도 있다.

왕비가 된 순비는 6명의 충선왕 후비(后妃)들 중 특히 자신과 비슷하게 과부로서 왕비가 된 미모의 숙비(淑妃)와 불화하였다. 어느 날 순비의 집에서 연회를 열 때, 두 왕비가 다섯 번이나 의복을 갈아입으면서 미모를 경쟁했다는 기록도 있다.

순비는 충선왕과의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평양공과의 사이에 낳은 자식들 중 장남 순정군 숙(順正君 璹)과 셋째 회인군 정(懷仁君 禎)은 원나라에서 벼슬했으며, 둘째는 승려가 되었다. 큰딸 영복옹주(永福翁主)는 양양군 김대언(襄陽君 金臺彦)과, 둘째 연희옹주(延禧翁主)는 원나라 중서좌승(中書左丞) 길길반(吉吉反)과 혼인했다. 셋째는 원나라 인종의 백안홀독 황후(伯顔忽篤 皇后)이고, 넷째 경령옹주(慶寧翁主)는 경양군 노책(慶陽君 盧頙)의 아내로, 그 손녀는 공양왕의 왕비가 되었다.

순비는 특히 백안홀독 황후 덕분에 원나라로부터 황실 여성들이 쓰던 관모(冠帽)인 고고(姑姑)를 하사받기도 하였으며, 원나라 궁궐에 가 황제를 조회하기도 하였다. 순비의 자식들을 볼 때 당시 명문가와 원 황실이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순비는 1335년 사망하였는데, 그녀의 삶은 고려시대 귀족 가문의 연혼(連婚), 고려와 원의 통혼, 여성의 재혼 등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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