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국민연금.. ‘560조’ 탐내는 대선 후보들

입력 2017-04-21 09:52 수정 2017-04-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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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이 국민연금공단에 적립된 561조 원(2017년 1월 말 기준)의 기금을 정부 정책 재원으로 활용하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이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기금의 정부 재원화를 고려하는 것은 서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각 대선 후보별 공약을 살펴본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기호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이 국민연금 기금을 정부 재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은 관련 공약이 없었다.

문 후보는 경제공약 부문에서 정부의 보육, 임대주택, 요양 사업 추진을 위해 발행하는 국공채에 국민연금이 적극 투자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국민연금 재원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조성하는 ‘청년희망둥지법’을 발의했다. 심 후보는 재원 조달 방안에 국민연금을 공공임대주택, 장기요양시설 등 사회 공공투자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대선 후보들이 공공 투자 부문에 국민연금 기금을 사용하려 하자 논쟁도 커지고 있다. 2000만 가입자의 동의 없이 정부가 재원을 활용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비판적인 주장의 주된 요지다.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 때도 국민연금이 활용되는 안에 대중의 비판은 거셌다.

국내 대형운용사의 준법감시인은 “임대주택 투자와 같은 세금으로 할 일을 국민연금 기금으로 하면 수익률은 어떻게 낼지 의문”이라며 “국민의 노후를 위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본 취지에 어긋날 수 있어 가입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시설이나 국공채 투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연기금의 투자 진로와 반대 방향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지난해 51.4%에서 올해 49.5%까지 축소할 계획이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도 수익률이 부진한 국내 국·공채 투자 비중을 올해 1~5% 이상 줄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이나 노르웨이 국부펀드(GPF),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글로벌 연기금의 위험자산 투자 비중은 국민연금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에 국민연금도 대체투자를 포함한 해외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지난해 말 27%에서 2021년 말까지 3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민연금 재원활용 방안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심 후보 모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를 공약에 넣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최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채무 재조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고려해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대다수 국내 재벌 기업의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외압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금 활용이 해당 정권의 ‘사금고’성격으로 이뤄지게 되면 정치적 외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최순실 사태는 국민연금이 특정 이해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반면 국민연금 자금을 정부 공공사업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연금의 재정 건전성 확보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인 황인태 중앙대 교수는 “국민연금에 돈을 낸 뒤 돈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유지돼야 한다”며 “대선 후보들의 정책이 공공 부문의 투자에 국민연금을 쓰겠다는 것인 만큼 틀을 잘 짜 경기가 활성화된다면 가입자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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