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38. 정종명

입력 2017-01-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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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에 걸친 항일운동 중심에 선 여걸

여걸 정종명(1895~?)은 우선 겉보기보다 더 서글서글하고 동정심이 넘쳐나는 넉넉한 마음의 전문직 산파(조산원)였다. 뜻을 같이한 첫 남편 신철과 이혼한 후 다른 운동가와도 재혼하였으나 신철이 아플 때는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그런 여성이었다. 운동가들의 옥바라지도 도맡아 하여 큰누님처럼, 어머니처럼 보살핌으로써 ‘운동계의 대모’라 불렸다. 옥중에서까지 출산을 도와준 따뜻하면서도 치열한 그에게는 3·1운동과 대동단원으로 투옥된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이 같은 모녀의 항일 정신은 곧 아들에게로 이어져 3대에 걸친 열성적인 항일 투사의 일가를 이루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목포에서 1895년 출생했다고 하나 확실히 알 수 없다. 배화여학당을 중퇴하고, 17세에 결혼했으나 정 붙일 여가도 없이 남편이 병사하였다. 19세에 낳은 아들과 친정으로 돌아온 그는 교회 전도사가 되어 자신과 같이 불행한 여성들을 만나기 시작하였다. 자신도 살고 여성도 살리기 위해 그는 먼저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산파 자격을 얻었다. 밤낮 먼 곳까지도 빈부를 가리지 않고 아이 낳는 여성에게 달려가 도움을 주었다.

1922년에는 가난하여 공부를 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조선여자고학생상조회를 만들어 함께 재봉 일을 배우고 익혀, 제작물을 팔기도 하는 등 주경야독에 앞장섰다. 이 같은 조직적 교육활동은 사회의식과 여성의식을 키우는 지름길이었다. 1924년 최초의 사회주의 여성단체 조선여성동우회를 조직하고, 이어 근우회에 이르기까지 항일 민족 투쟁과 여성운동에 심혈을 쏟았다.

1927년 5월 근우회 창립 당시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이듬해 7월 임시대회에서 준비위원장으로, 다시 중앙집행위원장에 선임되어 조직과 선전 활동에 주력하였다. 1930년 1월 서울지역 여학생 만세운동 사건에 배후 관련자로 검거되기도 하였다. 같은 해 8월 조선공산당 재건설준비위원회에 가담하여 1931년 초까지 근우회와 청년총동맹의 지방 조직을 순회하면서 활동가들을 연결해 공산당 재건운동을 은밀히 진행하였다. 그러다 4월에 구속되었는데, 당시 그의 아들도 1년 6개월형을 받아 같은 감옥에 있었다. 1934년 6월 3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만기 출옥한 때가 1935년 10월이었다.

이후 잠적한 것 같던 그는 1945년 12월에 결성된 조선부녀총동맹의 함경남도 대표가 되었다. 그러나 북조선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단지 함남 인사들의 숙청 과정에서 그도 숙청된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민족과 여성을 위해 꿋꿋이 당당하게 싸우고 지켜낸, 투지와 열정으로 가득 찼던 그가 해방 후 분단의 장벽에 가려 생사도 모른 채 사라지고 만 것은 정녕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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