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③고구려의 우왕후

입력 2016-12-06 17:45 수정 2016-12-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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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한계 속에서 운명을 만들어내다

◇이름도 성씨도 없는 여인 = 고구려 제9대 왕인 고국천왕의 왕후를 가리키는 우왕후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이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씨가 우 씨인 것도 아니다. ‘삼국사기’에 아버지가 우수로 기록되어 있는데, 우수의 딸이라는 의미로 왕후 앞에 우를 성처럼 붙여 칭하였지만 우수의 우도 성씨가 아니다. 고구려에는 왕실 여성이라도 온전히 이름이 알려진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여성은 ○○○의 딸로, 혹은 ○○○의 아내로 계보상의 관계 속에서 설명될 뿐이었다. ‘우왕후’로 알려진 고국천왕의 왕후 역시 고구려의 다른 왕후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성씨와 이름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취수혼이라는 혼속 = 편의적으로 붙여진 호칭이지만 ‘우왕후’로 그나마 역사에 존재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제9대 고국천왕에 이어 제10대 산상왕의 왕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고국천왕과 산상왕이 형제였으니, 우왕후는 형과 결혼했다가 이후에 다시 시동생과 혼인한 것이다. 현대적 관점에선 괴상해 보이지만 고구려 시대에는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고구려에서는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의 아내와 혼인을 하는 풍속인 ‘취수혼’이 있었다. 취수혼은 고구려뿐 아니라 부여나 흉노 등 북방 유목 민족 사이엔 보편적인 풍속이었다.

우왕후가 유명한 것은 단지 취수혼 때문만은 아니다. 형이 죽으면 이후 동생이 형의 아내와 혼인을 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런데 우왕후는 이 관습을 깼다. 관행에 따르면 우왕후가 재혼할 상대는 남편의 첫째 동생인 발기였다. 그러나 우왕후는 발기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해 둘째 시동생인 연우를 재혼 상대로 선택했다. 이후 우왕후는 고국천왕의 뒤를 이을 고구려 제10대 산상왕으로 연우를 즉위시켰다.

◇3대에 걸친 절대 권력자 = 연우가 왕이 된 것은 우왕후가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산상왕대 우왕후와 친정 씨족의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고국천왕과의 사이에 아이가 없었던 우왕후는 산상왕과 재혼한 이후에도 아이를 갖지 못했다. 후사를 얻기 위해 산상왕은 주통촌의 여자와 사통을 하였는데 우왕후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주통촌의 여자를 죽이려 했던 우왕후는, 산상왕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만두었다. 산상왕이 세상을 떠난 뒤 주통촌의 여자가 낳은 아들이 동천왕으로 즉위하였다. 그러나 친어머니가 아닌 우왕후를 태후로 책봉했다는 것을 미루어 동천왕대에도 절대적인 권력을 누렸음을 알 수 있다.

우왕후는 234년(동천왕 8년)에 세상을 떠났다. 우왕후는 눈을 감는 순간에도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 취수혼 관행상 죽은 뒤에는 첫 남편에게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우왕후는 두 번째 남편인 산상왕 곁에 묻어줄 것을 유언하였다. 우왕후는 고국천왕, 산상왕, 동천왕 3대에 걸쳐 절대적인 권력을 누렸던, 고구려에서 흔치 않은 삶을 산 여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취수혼이라는 고구려의 특수한 혼속을 따랐지만, 그 속에서 최대한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주도했던 능동적인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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