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파괴적 기술보다 파괴적 마케팅에 주목하라

입력 2016-12-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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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워싱턴대 석좌교수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서,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협력과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낀다. 외교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등과의 협력네트워크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절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세계적 대세인 공유경제와 플랫폼비즈니스모델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나치게 기존 사업자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새로운 협력 서비스 산업 활성화는 강 건너 불 보는 듯한 상황이다. 지구가 평평해지고 있다고 할 만큼의 세계화로 기업 기술의 평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때는 기술보다 협력과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파괴적 마케팅(disruptive marketing)에 의해 비즈니스의 승부가 결정되는 사례가 늘게 된다.

셰어 오피스 ‘위워크(Wework)’를 보라. 위워크는 임차한 사무실을 재임대하는 비즈니스모델이다. 키친과 회의 공간, 커피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손님이 오면 커피와 맥주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피스 시장의 불황에도 강남의 10개층 셰어 오피스가 7일 만에 완판되었다. 이런 공유 오피스에 전 세계 6만 명이 일하고 있다. 내가 독자적(stand alone)으로 운영하는 사무실보다 훨씬 콘텐츠가 좋기 때문이다.

위대한 이노베이션은 위대한 이미테이션(imitation·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파괴적 마케팅에는 잘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다양한 카피캣들이 급속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공유경제 카피캣들이 스타트업 형태로 기존 서비스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서비스 비용은 낮추고 소비자 효용은 높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가동률은 3% 수준이고, 대다수의 자동차는 주차장에 있다. 자동차 운행 효익보다 자동차 보유 비용이 비싼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 착안한 공유경제의 우버는 필요할 때 5분 내 도착하여 기존의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고 친절한 서비스로 전 세계 고객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우버는 현재 기업 가치가 7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한편 짝퉁 우버라고 불리는 중국 디디추싱은 이미 중국 내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잠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지독한 교통 체증으로 유명한 자카르타에서 오토바이 택시영업을 시작한 ‘고잭(Go-Jek)’이라는 오토바이 우버가 돌풍이다. 플랫폼의 성공은 매칭의 효율성과 매칭 체험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뜻밖의 재미)에 있다. 고잭은 30초 내 매칭, 8분 안에 운전사가 고객이 위치한 곳에 도착하는 것이다. 우버의 비즈니스모델에 도전하는 세컨무버 리프트도 성업 중에 있다. 이처럼 기술이 아닌 플랫폼비즈니스모델로 산업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파괴적 마케팅의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의 사례도 있다. 면도기 시장은 질레트(Gillette), 쉬크(Schick)와 같은 소수 브랜드가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2010년 질레트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71%였다. 질레트는 첨단 기술보다는 면도기를 깔아서 교체품인 면도날을 팔아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전통적 고마진 모델이다. 그래서 면도기는 싸게 팔고, 대신 교체용 면도날은 끊임없이 신형으로 개발하고, 화려한 광고로 포장해 고가격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 결과 면도날은 첨단 기술 요소는 적었지만, 고가격 안정적 매출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이 시장에 월 1달러 면도날 구매 모델로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가 달러쉐이브클럽이다. 양질의 면도날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착한 마케팅으로 달러쉐이브클럽은 2016년 7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10억 달러 거액으로 인수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면서 안경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안경산업계의 거대 공룡인 룩소티카에 도전한 ‘와비파커’의 성공 이야기도 이와 유사하다.

‘Ubered’라는 용어는 ‘훅 가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세계 경제는 협력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거대한 공유경제로 성장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카피캣을 넘어 차별화, 전문화, 세분화하면서 공유경제 2.0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버로 돈을 벌려는 사람에게 차를 빌려주는 2차 생태계 서비스라든가, ‘리프트 포 워크(Lyft for Work)’와 같이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어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이 예이다. 우리는 너무 ‘나홀로’ 경쟁에 빠져 있다. 협력과 네트워크가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 협력 없는 나홀로 사업은 쉽게 흔들리고 ‘훅 가기’ 마련이다. 파괴적 기술뿐만 아니라 파괴적 마케팅에 더 주목해야 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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