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권호의 역학경영]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입력 2016-11-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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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일을 많이 하여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한국판 라스푸틴이라 불리는 최순실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매우 소란스럽다. 역학을 공부하는 필자에게 권력과 부(富)의 정점에 서 있다가 결국은 교도소 신세를 지는 사회 유명인사들의 막장 드라마는 공자가 이미 2000년 전에 강조한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곤 한다.

각종 범죄로 교도소 신세를 지는 사회지도층 인사 중에는 관상과 사주가 비범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관상과 사주가 좋은데 교도소에 간다니 말이 되느냐고 물어보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회에서 지탄받는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있는 사람 중에 역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그릇이 큰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 혹은 장관, 차관, 군 고위 장성급, 중앙부처의 국장급, 대규모 국영기업체 사장까지 올라간 소위 ‘범털’ 정도면 오랜 세월 그 분야에서 뛰어난 수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관(官)의 등급이 상당히 높은 사주에다 그에 걸맞은 관상도 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이런 사람들의 선대(先代)를 조사해보면 묫자리가 풍수 전문가들도 감탄할 정도로 좋은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관상과 사주가 좋고 조상을 좋은 묫자리에 모신 사람들이 교도소에 가는 일이 왜 발생하는가? 바로 선(善)을 행하지 않고 악(惡)을 행하기 때문이다.

역학에서 선의 기능과 역할은 대단히 명쾌하다. 공자가 주역(周易)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첨부한 주석 중 하나인 문언전(文言傳)에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이라는 글귀가 나온다. 이 구절은 ‘착한 일을 많이 하여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慶事)가 있고, 나쁜 일을 하여 선을 쌓지 못한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家)의 범위를 넓히면 ‘덕행(德行)을 많이 행한 조상을 둔 자손들은 조상의 덕을 받게 되며, 악행(惡行)을 저지른 조상의 자손들은 그 해를 받게 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일반 세상에서의 도덕과 마찬가지로 역학에서의 선도 합리적 이성에 기반을 둔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극히 지엽말단적인 것들을 침소봉대하거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적인 태도와 자세는 선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충남 천안 흑성산 국학원에 있는 묘청 승려의 상
▲충남 천안 흑성산 국학원에 있는 묘청 승려의 상

역사적으로 풍수지리에 관련된 지식을 권력 쟁취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들이 여러 번 있었다. 그중에서 고려시대 묘청(妙淸)의 난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경(평양) 출신인 고려의 승려 묘청은 ‘음양비술’이라는 풍수지리설을 바탕으로 기득권층인 개경파 정치인들에게 불만이 많은 정지상, 김안, 홍이서, 이중부, 문공인, 임경청 등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포섭했다. 그는 개경파 관료들의 사대적이고 유약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고려의 왕도 중국처럼 황제로 불려야 하며 연호도 중국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풍수지리 사상에 입각해 개경은 이미 지세(地勢)가 다 했고, 서경에 궁궐을 지으면 금나라가 공물을 바치고 스스로 항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변 26개국이 고려에 조공하게 될 것이라는 등 황당하지만 솔깃한 내용으로 포장된 논리로 왕과 조정을 선동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1117년(예종 13년)까지만 해도 형제국임을 자처해오다가, 주변 적대국인 요나라를 멸망시키는 1125년에 갑자기 군신(君臣) 관계를 요구해온 금나라에 반감을 가진 고려 지배세력의 비위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같은 묘청의 주장은 외척 이자겸의 난(1126년, 인종 4년)을 겨우 극복했으나, 개경 왕궁이 불타고 외척 발호로 권위가 땅에 떨어진 왕권을 강화해야 했던 고려 제17대 왕 인종에게 솔깃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묘청의 서경천도 주장이 인종에게 먹힐 수 있었던 이유로는 이자겸을 군사적으로 제압한 척준경을 제거해 위기에 처했던 왕권을 구원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정지상이 묘청을 추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고려사회는 신라 말기 이래 풍수지리설이 크게 성행해 풍수지리의 대가라면 일단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다른 이유로 꼽힌다.

묘청은 자신의 서경천도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저 없이 속임수를 썼다. 그의 대표적인 속임수는 ‘용의 침’사례이다. 그는 인종이 서경으로 행차하기 전에 사람을 시켜 기름이 들어간 떡을 임금이 지나가는 대동강 주변에 던져놓아 기름떡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수면에서 오색으로 빛나도록 만들었다. 물론 인종의 눈에 뜨일 수 있도록 한 짓이다. 묘청은 이를 용이 침을 토한 것이며 이런 현상은 천 년에 한 번 있기도 힘든 상서로운 기운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서경 출신 50여명과 함께 이때 금나라를 공격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중했던 인종은 신하를 시켜 ‘용의 침’을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용의 침’은 기름 떡을 가지고 농간한 것이라는 사실이 탄로 난다. 묘청과 서경파의 정치적 위신은 크게 실추되고, 결국 인종은 개경파 김부식의 건의를 받아들여 서경천도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묘청을 비롯한 서경파는 1135년 1월 서경에서 대위국(大爲國)임을 선언하고 반란을 일으켰으나 결국 김부식이 지휘하는 관군에 진압됐다.

▲김부식의 초상화
▲김부식의 초상화

묘청은 서경천도라는 목표 달성을 통해 개경파로부터 권력과 부를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파로 이동시키기를 원했던 흔하고 흔한 정치 모리배에 불과했다. 그가 동원한 풍수지리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공자가 주역에서 말한 선의 개념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역학자라고 자칭하는 일부 인사 중에는 금전 문제, 이성 문제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고 법정에 서는 경우도 많다. 이들도 주역에 나오는 공자의 ‘적선지가 필유여경’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들이다.

90년대 후반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으나 건설업과 철강산업에 진출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잘못된 경영으로 거래은행을 부실의 늪에 빠뜨려 대한민국을 IMF 외환위기로 몰아넣는 데 일조한 전(前) H그룹 J 회장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J 회장은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1974년 H상사를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1979년 대치동에 아파트를 건축해 큰돈을 벌었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그는 수서 비리 사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세탁 등과 관련해 교도소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 정계ㆍ관계ㆍ언론계 등에 돈을 살포하는 로비의 귀재라고도 불렸다. 그가 은밀하게 건네주는 돈 봉투에는 예상보다 10배나 많은 금액이 들어있는 것이 관례여서, 그가 상대했던 인사들로부터 “J 회장은 통 큰 분”이라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J 회장이 역학을 악용했다는 점이다. 당시 신문보도를 보면 그의 역학지식은 전문가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관(地官)을 대동하고 다니면서 길지(吉地)라고 판단된 곳에서만 부동산을 매입했으며, 중요한 순간마다 역학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일 처리 방향을 결정했다고 한다.

J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지방 모 대학 공금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6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07년 신병치료를 이유로 석방될 수 있었다. J 회장은 석방된 후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중앙아시아 모처로 건너가 현재까지 은거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J 회장처럼 아무리 풍수지리에 밝은 지관을 대동하고 다니면서 투자를 한다고 해도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을 행하지 않고, 악을 행했기 때문이다. 선이 아닌 악을 행하는 자는 제 아무리 역학전문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아무리 관상과 사주팔자가 좋아도 하늘이 용서하지 않는다. 그것이 역학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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