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박성현과 기권, 그리고 스타조건

입력 2016-08-28 12:29 수정 2016-08-2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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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과 캐디. 사진=KLPGA 박준석 포토
▲박성현과 캐디. 사진=KLPGA 박준석 포토
“박성현 선수 보러 왔는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경기를 보기위해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국내 최강자 박성현(23·넵스)이 대회 2라운드 9개 홀까지 10오버파를 치더니 도중에 기권했다. 컷오프를 예상한 탓일까. 캐디의 부상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뒷맛이 조금 씁쓸하다. 캐디는 11번 홀 언덕에서 미끄러져 발가락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기권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자 캐디가 기자실을 방문해 해명까지 했다. 10번 홀부터 경기를 시작한 박성현. 그런데 캐디는 발을 다치고도 나머지 7개 홀 모두 돌았다.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다. 나머지 홀을 돌때까지 캐디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으니까. 발을 다쳐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경상이든 중상이든 통증이 오면 사실 병원부터 찾아 치료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자실부터 온 이유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성현은 후반 1번 홀로 가기 전에 이미 18번 홀이 끝나자마자 캐디백을 내렸다. 후반 경기를 이미 하지 않을 결심을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박성현의 기권이 석연치 않은 것이다. 박성현의 기권 여파로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10여명이 기권했다.

박성현에 대해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비록 컷오프가 됐을지라도 후반을 돌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박성현도 답답했을 터. 첫날부터 잘 되는 것이 없었다. 시원한 장타력을 날리는 드라이버부터 핀을 보고 바로 쏘아대는 아이언까지 모두 엉망이었다. 퍼팅은 홀을 벗어나기 일쑤였다. 첫날 4오버파. 2라운드도 마찬가지. 버디가 한 개도 없이 망가졌다. 9개 홀 동안 6타나 더 쳤다.

기권하면 그때까지의 스코어가 무효 처리되고 한 시즌 평균 타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탓에 주변의 시선이 더욱 곱지 않다.

박성현은 지난달에는 US여자오픈을 치르고 돌아오자마자 BMW 대회에 출전했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기권한 적이 있다. KLPGA 규정에 따르면 기권은 한 시즌에 두 번까지만 가능하고 세 번째부터는 벌칙금 같은 징계를 받는다.

여자대회는 남자대회에 비해 풍족하다. 올 시즌 33개나 열린다. 이번 대회가 23번째다. 선수들이 대회를 존중해야 한다. 아니, 대회를 만들어 준 스폰서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수들이 대회를 소홀히하고 경시한다면 누가 대회를 창설하고 열고 싶겠는가. 스폰서는 언제 외면할는지 모른다.

물론 선수는 기량이 우선이다. 직업이기에. 대회장이 직장이다. 잘 쳐서 우승도하고, 상금도 많이 벌고, 명예도 얻어야 한다. 그것이 프로의 세계다.

그런데 톱 랭커가 되려면 기량과 함께 자세도 문제가 된다. 유럽 투어 조니워커클래식 취재를 갔을 때다. 영국의 ‘스윙머신’ 닉 팔도가 컷오프 됐다. 우리는 컷오프 되면 바로 짐을 싸고 집이나 다음 대회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닉 팔도는 4일간 남아서 갤러리들에게 사인도 해주고, 레슨도 해주고, 샷 시범도 보이고, 선수들을 뒤따르며 갤러리 역할도 했다. 팔도도 본선진출에 실패했으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팔도는 “어렵게 스폰서가 대회를 만들어 줬는데 예선탈락 했다고 집에 가버리면 누가 대회를 만들려고 하겠는가. 그래도 선수들은 대회를 위해 남아서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도움을 줘야 한다”고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에서 열린 초창기 LPGA 투어에서 캐리 웹(호주)도 컷오프 됐다. 그럼에도 대회에 남아서 갤러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대회를 관전했다.

이번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도 사인회가 있었다. 2라운드를 마치고 박성현의 갤러리 사인회가 시간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박성현은 없었다. 대회전에 가진 지역 꿈나무 주니어 선수들을 위한 드림 멘토링시간에도 박성현은 참여선수였지만 보이지 않았다.

스타는 만들어진다고 한다. 볼만 잘 치면 그냥 선수로 끝난다. 자기 관리도 잘 하고, 때로 남을 위해 배려하는 자세와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박성현이 ‘대스타로 태어나려면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일까. 정선(강원)=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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