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각] 위험과 불확실성을 확실히 구별해 대응해야

입력 2016-04-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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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조세재정연구원장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매일 어떤 결정을 내린다. 기업은 투자나 제품개발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 사이에는 시차가 있고, 또 계속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때문에 항상 결과에 대한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 위험과 불확실성의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면 자칫 엄청난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네이트 실버는 2008년 당시 30세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선거에서 50개 주 중 49개 주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유명해졌다. ‘신호와 소음’이라는 책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의 실패’로 규정하고, 신용평가사들이 ‘불확실성’을 ‘위험’처럼 보이거나 느껴지게끔 왜곡했고 이로 인해 경제전문가와 정책결정자가 잘못된 예측을 바탕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럼 과연 위험은 무엇이고 불확실성과는 어떻게 다를까? 경제학과 경영학의 의사결정이론에서는 의사결정자가 가진 정보의 정확성을 ①확실성(무엇이 일어날지 확정적으로 아는 경우) ②위험(무엇이 일어날지 확정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알고 또 그 확률도 아는 경우) ③불확실성(일어날 수 있는 상태는 알지만, 그 확률을 알지 못하는 경우) ④무지(무엇이 일어날지, 어떤 상태가 될지 전혀 예견할 수 없는 경우)의 4가지로 분류한다. 즉, 위험은 위험한 정도를 예측할 수 있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반면, 불확실성은 위험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관리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서브프라임 주택저당대출담보부증권(MBS)을 여러 개 묶어 유동화한 부채담보부증권(CDC)이라는 신종 파생상품에 대해 신용등급을 부여하면서 매우 큰 불확실성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를 얼마나 위험한지 계량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너무나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판단을 정확하다고 믿었고, 그 결과 초래된 금융위기의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위험 속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글로벌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 재난은 통계와 과학에 의해 발생 시기와 규모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위험이다. 그러나 자연 재난 중에는 지진처럼 한 번도 정확하게 예측된 적이 없는 것도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정보 속에서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내는 첫걸음은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과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철저히 구별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 미국 통화정책, 국제유가, 환율 급변동, 북핵,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과 불확실성을 언급한 언론보도가 넘쳐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 속에 포함된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가? 혹시 그저 측정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위험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험은 자유시장 경제의 바퀴에 윤활유를 칠하지만, 불확실성은 바퀴를 갉아 멈춰 서게 한다”는 네이트 실버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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