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기 작가ㆍ유명 출판사… 문학권력의 의미있는 균열?

입력 2015-06-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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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으로 다시 불거진 표절문제… “이번 사태를 문단 자정의 기회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 주제로 열린 문화연대-한국작가회의 긴급토론회에서 문학평론가 이명원 경희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문단이 또 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종영한 KBS 2TV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에 소개돼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크눌프 출판사의 ‘데미안’에 대해 문학동네와 민음사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일면서 문단 내부에서도 표절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은 소설가 이응준이 16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에 쓴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글에서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의 일부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소설 ‘우국’의 번역본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됐다.

이에 신경숙은 17일 출판사 창비를 통해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 본 적이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은 알지 못한다”며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출판사 창비 역시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을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신경숙과 창비의 해명에 이응준은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신경숙은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상 표절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출판사와 상의해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며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는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문학평론가인 이명원 경희대 교수는 신경숙 표절 의혹과 관련해 “명백한 표절이고 의식적인 표절로 간주하는 게 타당하다”며 “‘전설’이 ‘우국’의 표절이라는 결론은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신경숙의 표절 의혹이 거론되고 있는 저작은 창비 출간 소설뿐만이 아니다”라며 “의혹이 된 저작을 출판한 문학동네나 문학과지성사를 포함한 출판사들 역시 사실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독자들에게 공표하고 결과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대 교수는 “작가 개인에서 기인한 문학적 사건이 이토록 뜨겁게 한국사회 전체를 덮었던 적이 근래에 없었다”며 “사건이 의미 있기 위해서는 사건 발생 전후의 존재양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문단의 변화를 촉구했다. 정원옥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도 “표절은 작가가 지켜야 할 윤리적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 특히 문단의 약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일”이라며 “문단 내부에 규범을 어긴 사람에 대한 강력한 징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문단 내에서는 신경숙 외에도 기성 작가들의 표절 시비가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러나 표절 시비는 공론화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 사라졌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평론가 A씨는 “기득권을 얻은 작가는 이미 문단에서 강력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며 “매장당할 각오가 아니고서야 작가에게 표절을 지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표절에 대해 실수라고 인정하는 문단의 분위기도 문제가 있다”며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은 것과 표절의 경계가 무엇인지 구분해주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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