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여자 핸드볼 신화 주역 임오경 감독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꿈 후배 지도하며 보람”

입력 2014-10-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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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경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이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꿈을 지도자로서 이루겠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몸을 가눌 힘조차 없었다. 연장전 또 연장전…. 2시간 동안 진행된 혈투에 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정신력 싸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처절한 승부였다. 그래도 고지가 코앞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이겨주마.” 마음속으로 셀 수 없이 다짐하지 않았던가. 8년 전, 그리고 4년 전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가족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포기할 수 없다. 꼭 이기고 싶었다.

2004년 8월 29일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이 열린 그리스 아테네의 헬리니코 인도어 아레나는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던 한국과 대회 3연패에 도전한 덴마크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한국 스포츠사에 이보다 극적인 명승부가 또 있을까.

잇따른 실업팀 해체로 은퇴를 하거나 오갈 곳 없던 선수들이 다시 뭉쳤다. 임오경(44·서울시청 감독)은 다섯 살 딸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속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나는 투혼을 영화로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그들은 올림픽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이미 최고였다.

처절한 승부 끝에 이들의 목에 걸려진 건 은메달이었다. 비록 금빛은 아니지만 이들의 투혼과 도전정신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금메달감이다. 진한 아쉬움과 여운을 남긴 2004년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그때 그 순간은 아직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10년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당시 막내 우선희(36·삼척시청)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주장을 맡았다. 맏언니 임오경은 현재 서울시청 감독이자 SBS 해설위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시절 뜨거웠던 열정을 이젠 후배들에게 쏟아내고 있다. 그 결실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금메달로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우생순’ 신화를 온몸으로 써 내려간 임오경은 10년 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도 국내 핸드볼 환경은 개선돼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은데…”라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환경이 좋아졌다. 2008년부터 SK그룹의 후원이 시작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올해로 7년째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 주니어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 우승이 그 전폭적 투자의 결실이다. 단 선수가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이라는 말에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까지 ‘비인기 종목’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노력할 만큼 했고,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으로 충분히 검증받았다”며 핸드볼의 비인기 종목 분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나타냈다.

거기에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포함됐다. “핸드볼은 국제사회에서 비전이 있는 종목이다. 하지만 국내 핸드볼 여건은 인프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선수 부족만 해결된다면 국제대회에서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이 무한정 투자를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임오경은 이제 제2의 ‘우생순’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꿈을 지도자로서 핸드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앞으로 한국 핸드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그의 짧은 한마디엔 진솔함이 묻어난다. 핸드볼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오로지 핸드볼 발전을 위해 어떤 일이든 헌신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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