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격변과 대변화를 이해하려면

입력 2014-09-26 10:35 수정 2014-09-26 10:3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마크 뷰캐넌, ‘우발과 패턴’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향이 그대로 계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주장의 근거와 원리를 쉽게 설명한 책이 마크 뷰캐넌의 ‘우발과 패턴’이다.

격변을 일으키는 사건은 여러 징후를 가질 수 있지만 이따금 아무런 예고도 없이 격렬한 변화가 닥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현상을 그저 우연한 사건 정도로 간주해 버리고 말지만 이런 경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우리는 은연 중에 우리가 사는 곳을 안정된 상태, 즉 ‘평형상태’로 가정한다. 그러나 우리 사는 곳이 오랫동안 불완전한 상태를 유지해 왔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가정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세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평형 상태에서 사물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그물망에서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패턴을 갖게 된다. 저자는 이를 ‘자기 조직화’라고 표현한다. 이를테면 원자, 분자, 생물, 사람, 그리고 개념들 사이의 그물망은 스스로 조직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임계점 이상에서 자기 조직화가 진행되면 격변이 일어나게 된다.

페르 박과 차오 탕 그리고 커트 위젠 필드가 고안한 것이 모래더미 게임이다. 모래알을 하나씩 떨어뜨리면 모래산이 만들어지게 되고 모래더미가 커지면서 경사가 점점 급해지다가 어느 순간 작은 모래알 하나가 산사태를 일으키는데, 이를 관찰한 게임이다.

저자는 세계는 구조적으로 경사면의 모래더미와 같은 상태, 즉 임계상태에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큰 변화가 아니더라도 작은 모래알 하나처럼 작고 사소한 변화가 과도하게 민감한 상태에서 산사태를 일으키고 만다. 그래서 저자는 “세계의 많은 것들이 임계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매커니즘이 도처에서 세계를 불안정성의 가장자리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모래더미 게임을 더 생생하게 제시하는 사람은 생물학자인 프랜시스 크릭이다. 그는 모래더미 위에 여기저기 떨어진 모래알을 ‘얼어붙은 우연’이라 부른다. 여기저기에 두서 없이 떨어지는 모래알의 영향력은 그 자리에 고착되어 씻겨 나가지 않은 채로 유지되다가 어느 순간 산사태와 같은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이를 우리가 사는 역사의 현장에 적용하면 좀처럼 예상치 못한 대변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사건은 작은 모래알들이다. 이들은 ‘얼어붙은 우연’으로 그 자리에 고착돼 차곡차곡 쌓여 가다가 어느 순간 단 하나의 작은 모래알에 의해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얼어붙은 우연은 과거의 얼어붙은 우연 위에 만들어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불구불한 경로를 만든다. 역사는 이런 경로를 따라 진행되며, 이 얼어붙은 우연은 바로 역사적 우발성이 구체화된 것이다.”

예를 들어 사전에 여러 가지 징후가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도 이제껏 설명했던 관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모래더미 위에 차곡차곡 쌓여 가던 모래알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섬으로써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그런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 볼 수 있다. 날로 촘촘히 연결되는 세상은 모래더미가 무너지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을 뜻한다.

점진적 진화는 예상 가능성도 높고 그 파급효과도 크지 않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는 격변은 기존 질서를 일시에 허물어뜨리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행동 주체라면 진화와 혁신이라는 관점 외에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격변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성심당 대전역점’이 없어진다고?…빵 사던 환승객들 ‘절망’ [해시태그]
  • 하이브 “민희진, 두나무·네이버 고위직 접촉…언제든 해임 가능”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송다은, 갑작스러운 BTS 지민 폭주 게시글…또 열애설 터졌다
  • '1분기 실적 희비' 손보사에 '득' 된 IFRS17 생보사엔 '독' 됐다
  • “탄핵 안 되니 개헌?”...군불만 때는 巨野
  • AI 챗봇과 연애한다...“가끔 인공지능이란 사실도 잊어”
  • 오늘의 상승종목

  • 05.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473,000
    • +2.52%
    • 이더리움
    • 4,278,000
    • +4.49%
    • 비트코인 캐시
    • 648,500
    • +4.68%
    • 리플
    • 726
    • +0.69%
    • 솔라나
    • 231,500
    • +5.13%
    • 에이다
    • 667
    • +5.37%
    • 이오스
    • 1,137
    • +1.79%
    • 트론
    • 172
    • -1.71%
    • 스텔라루멘
    • 150
    • +1.35%
    • 비트코인에스브이
    • 90,250
    • +4.27%
    • 체인링크
    • 22,440
    • +16.81%
    • 샌드박스
    • 622
    • +3.6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