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非朴의 저항에 저항하고 싶다

입력 2014-09-22 11:11 수정 2014-09-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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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호 경제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새누리당 비주류의 ‘빅맨’ 이재오 의원이 17일 목에 핏대를 박박 세워가며 여권의 행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회동에 심사가 비쭉 뒤틀린 것이다. 우선 그는 “회동을 보면서 느낀 건 정국이 꼬이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꼬이면 여당이 풀어야 하고, 여당이 꼬이면 청와대가 풀어줘야 한다”고 여당과 청와대를 일갈했다. 나아가 그는 “출구를 열어주는 정치를 해야지, 출구를 있는 대로 탁탁 틀어막아 버리면 결국 그 책임은 정부, 여당에 돌아간다”고도 했다.

여기서 불현듯 필자의 뇌리를 퍽 때리는 생각. 그건 세월호 정국의 해소를 원천봉쇄한 건 바로 야당이란 것이다. 야당은 이 지난한 국면에서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감을 화끈하게 내다 버리고 온전히 세월호 유족에게 모든 걸 맡겨 버렸다. 세월호 유족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자율성이나 정치적 의지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야당에 지극히 작은 합의라도 기대하는 건 무리도 대단한 무리가 아닌가.

이 의원은 아울러 “야당의 협상 주체가 나올 때까지 여당이 인내하고 기다리고, 나오면 다시 논의하겠다고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여당다운 태도”라며 “청와대부터 당까지 일사불란하게 ‘이게 마지막이다’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전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회동에서 세월호법 협상 마지노선을 정하고 일제히 같은 언급을 한 데 대한 불만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세월호법 문제는 지금 대한민국을 오롯이 규정하는 핵심 과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과 여당이 깊숙이 논의하고 대응 방안을 만드는 건 당연하다. 나아가 그 논의에 따라 관련 언급을 하는 것도 지당하다. 그런데 이걸 두고 ‘일사불란’ 운운하는 건 정말 어불성설이다.

이 의원의 비판은 교육부가 각급 학교 교원에게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전달한 데도 미쳤다. 그는 “지금이 어느 시대냐.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느냐”면서 “교육부 장관이 할 일이 없어 세월호 리본을 달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느냐. 이 정부가 정신이 있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고, 세월호 문제를 틀어막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세월호법이란 게 뭔가. 야당이 몇 차례 선거에서 패배하자 정치적 형세를 뒤집어볼 요량으로 만든 정치 이슈다. 지금까지 수사권, 기소권 가진 수많은 특검이 변변한 성과라곤 내놓은 적이 없는데 그게 없다고 나라를 오랜 기간 혼란에 빠뜨리는 건 ‘정치적 의도’ 외엔 해석이 불가능하다. 결국 지극히 숭고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교사들이 기꺼이 리본까지 달아가면서 지지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의 행동이 정치적 삽질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법을 어기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행정의 책임을 진 교육부라면 당연히 막아야 한다.

당최 이해 못 할 말을 하고 나선 건 이 의원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비주류인 김태호 최고위원도 여기에 가세했다. 김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원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세월호 정국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무시한 발언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불안 요인이 날로 점증하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세월호로 엄청난 시간을 ‘대책 없음’ 상태로 보냈다. 이렇게 가면 풀썩 주저앉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로 이 정도 언급도 못 한단 말인가.

무엇보다 필자로서 섭섭했던 건 이 의원과 김 최고위원이 한 나라의 국정을 온전히 책임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말 안 통하는 야당을 겪어봤을 것이고, 정무적 조율에 따라 복수의 관련자가 발언한 경험이 있을 것이며,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발언을 기획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했다는 것은 정권을 물려준 사람들의 넋두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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