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M&A 메인 타깃으로 급부상

입력 2006-09-07 09:06 수정 2006-09-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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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없어 급하게 지분 늘리면 '毒'될 수도

저축은행이 주요 기업들의 M&A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일 현대캐피탈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HK상호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IT업체인 테크노세미켐이 밀양상호저축은행의 지분 49.1%를 취득했다.

최근 장하성 펀드로 관심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은 지난 4월 예가람저축은행을 인수했고, 동양그룹도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너도나도 '눈독'

지난달 25일 코스닥 IT업체인 테크노세미켐의 경우 밀양상호저축은행 인수를 밝혔다. 테크노세미켐과 정지완 테크노세미켐 대표는 밀양상호저축은행 주식 19만7195주(49.1%)를 취득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은 기본이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나우기업구조조정전문과 보다투자자문 등 2곳의 금융권 회사와의 시너지를 고려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보다투자자문을 통해 밀양상호저축은행의 자산운용 컨설팅을 도울 수 있을 것이며, 나우기업구조조정 역시 여신업무를 영위하는 만큼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2003년 1월 인수한 나우기업구조조정의 경우 50억원을 투자해 매년 20억원가량의 당기순익을 거두고 있다"며 "반도체 및 LCD제조라는 기존 사업영역 외에 금융계열사 3곳의 성장 여부에 따라 또다른 사업영역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 역시 HK상호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투자수익 창출은 물론 현대캐피탈의 신용대출 상품 판매채널 확보, MBK의 컨설팅 성과 보수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증권사를 주축으로 캐피탈, 창투사 등의 여러 금융사를 가진 동양그룹은 2011년 11월로 종금업무가 만료되는 만큼 여,수신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저축은행 인수를 발빠르게 추진중이다.

종금시절부터 갖고 있던 기업여신이 종금업무 만료와 함께 금지됨에 따라 기존에 보유한 중소기업과의 유대관계 및 영업력 유지를 위해서는 계속된 여신업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지난 6월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인수가능 여부에 대해 질의를 하는 등 당국의 승인요건 검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과 경기도에서 영업점을 갖고 있는 신한국저축은행(옛 텔슨저축은행)은 부영, 남광토건, 신라CC 등이 서로 인수하겠다며 '난투전'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엔 '뭔가' 있다?

이같은 저축은행 인수 붐은 서민금융을 중심으로 한 저축은행의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데다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진출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행 저축은행법상 '인수자금 100%를 자기자본으로 충당해야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여타 제약 사항이 없다. 다만 대주주의 법상 결격사유는 시행령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대주주의 경우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독점규제, 공정거래법, 조세처벌법 등)이나 금산법을 위반한 적이 없어야 하며, 법인일 경우 재무건전성을 검토받게 된다.

금융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기업이 투자 수익 창출은 물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박현 푸르덴셜증권 연구원은 "은행업과 상당부분 업무가 비슷한 저축은행이 은행의 대안으로 인수되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자금확보가 용이하며, 서민금융 부문의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것 외에도 지점이 없는 인터넷뱅크를 염두에 두고 저축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동양그룹은 지난 2000년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금융당국의 반대로 무산되며, 그 대안으로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 당국도 저축은행의 부실화를 막고 대형화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인수합병을 독려하고 있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을 자격없는 개인이 인수해 사금고화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부터는 적합한 기업 등으로의 피인수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대형화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원우종 비은행감독국장은 "대주주에 대한 심사는 철저히 하되 저축은행에 대한 M&A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저축은행 경영의 효율성은 물론 서민금융 등 자금 공급 여력이 확대될 것이며, 증자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여,수신업무를 보유한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다양한 기업들의 M&A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축은행 잘못 먹으면 毒

이처럼 알게 모르게 많은 기업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매물보다는 매수 수요가 많은 수급불균형 상태다. 이로 인해 현재 저축은행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있는 상황.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의 한 저축은행의 경우도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 이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매각의사가 있는 대부분의 저축은행들보다 매수하려는 곳이 많다보니 일단 가격을 높게 부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또한 매각 의사를 보이고 있는 저축은행 대부분이 경영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아 인수자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등이 인수하기로 한 HK저축은행의 경우 한때 저축은행업계의 '맏형'역할을 할 정도 거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은행보다 더 큰 자산규모를 보유한 상태. 하지만 커다란 덩치만큼 부실 규모도 크다는 점이 문제다.

현대캐피탈과 MBK파트너스는 HK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117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자금은 대부분 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데 들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추가 영업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정확한 실사를 통해 인수를 결정했으나, 대부분 저축은행에 관심이 있는 곳들은 매물 품귀 현상으로 정확한 실사를 하지도 못한 채 인수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초기 투자금액보다 더 많은 추가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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