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세월호특별법 공방, 이건 너무하다

입력 2014-09-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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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세월호 참사 유족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어린 생명을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텅 빈 가슴에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아이의 모습,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것이다.

묻고 싶은 것도, 따지고 싶은 것도 많을 것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떠도는 루머는 사실인지? 마지막 순간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파헤치지 못하면 죽어서도 아이들을 볼 수 없을 것 같을 게다.

먼저 정부ㆍ여당에 물어보자. 유족들의 이런 마음을 받아주면 안 되나?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이들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나?

사법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을 이해한다. 검찰도 특검도 아닌 조직에 그런 권한을 주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등에 대한 무리한 조사로 정부ㆍ여당이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이해된다. 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그렇다. 향후 이런저런 사고의 피해자들이 너도나도 그렇게 해 달라 하면 어떻게 되겠나.

그러나 좀 더 크게 생각해 보자. 사법체계의 문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특검으로 운영하는 방법 등을 연구해 볼 수 있다. 또 무리한 수사와 기소에 대해서는 국민과 여론이 훌륭한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

선례가 되는 것도 그렇다. 공직자들에게는 피해자들에 의해 수사받고 기소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이고, 검찰 역시 공정하지 못하면 그 권한을 뺏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그 결과 혁신이 가속화되고, 그래서 이들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피해자들의 요구도 줄어들거나 순화될 것이다.

다음은 야당이다. 유족과 함께하고 있는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국가가 무엇인데 유족들의 그런 요구 하나 못 들어주나. 울컥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물어보자. 유족과 함께하기만 하면 끝인가? 유족들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제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닌가?

원인을 먼저 밝혀야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가 중요하다고? 일면 그렇다. 그렇게 하면 새로운 뭔가 드러나기도 하겠지. 그러나 많은 부분은 이미 명확하다. 이를테면 요금을 규제하면서 그에 합당한 수준의 재정보조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헌 배가 운영되고 독점체제가 자리 잡게 되었다. 여기에 선사와 감독기관의 유착이 있었고, 그 위에 다시 잘못된 구조구난 체계가 있었다.

사고가 일어나고 알게 된 것들이 아니라 사고 이전부터 잘 알고 있던 원인들이다. 국회나 정당 스스로도 몰랐다 할 수 없는 빤한 일들이다. 필요하면 국회 스스로 더 조사를 할 수도 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지금 이 시간 움직이고 있는 배들을 위해서라도 돈을 어떻게 마련하며, 구조구난 체계를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지 등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사고 직후 7시간 행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걸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고, 그래서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인식 자체가 한심하다. 정략적 소재는 될지언정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족들의 의지만 받들고 있겠다면 스스로 국회의원 배지를 떼는 것이 옳다. 차라리 종교인이나 인권운동가가 되라. 그러면 스스로 존중하는 가치에 매달려 있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고귀한 존재로 존경받게 될 것이다.

정당이고 국회의원이라면 국회로 돌아가라. 그리고 할 일을 해라. 단순히 민생법안 때문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그 자체로도 그렇게 할 이유가 있다.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안전문제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수사와 기소를 누가 하느냐가 본령을 이루고 있다. 유족의 슬픔이 비하되기도 하고, 정치 상품화되기도 한다. 심지어 유민이 아빠가 딸을 사랑했느냐 아니냐를 놓고 패를 갈라 싸우기도 한다.

이 치졸한 싸움을 여ㆍ야가 주도하고 있다. 세월호 선장보다 나을 게 하나 없다. 배가 아니라 나라를 가라앉히고 있다. 알아야 하고 다루어야 할 수많은 국가적 의제들을 그 안에 실은 채 말이다. 기대한 적은 없다.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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