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손님보다 안살림 먼저 챙겨라-선년규 온라인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4-08-25 10:54 수정 2014-08-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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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훈문학대상을 받은 조정래씨의 ‘정글만리’는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소설이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내 업체의 지사원들을 주인공으로 중국 산업과 문화 전반에 대한 세세한 묘사로, 가깝고도 먼 중국을 우리들에게 잘 설명해주었다. 3권 모두 읽을 때까지, 필자만 그런지 몰라도 중국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유학한 사람들도 많아졌으나, 이들조차도 중국에 대해 ‘모르는 나라’라는 표현을 쓰는 데 인색하지 않다.

요즘 중국에서 펼치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정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외국 IT업체들에겐 족쇄 가까운 규제로 설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글로벌한 세상에 폐쇄주의 가깝게 자국 기업들을 내놓고 우선하는 정책을 펼치는가 하면, 자국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는 제국주의 가깝게 정부가 힘까지 실어주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경험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굴뚝 산업들이 중국의 큰 시장을 바라보고 진출했다가 본전도 못찾고 씁쓸하게 돌아선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에 정착하지 못한 이유로 중국의 자국보호주의를 들고 있다. 물론 자국의 산업을 팽개치고, 다른 나라의 이익을 우선하는 국가가 어디 있겠냐마는, 중국은 자국보호주의가 과도하다고 볼멘소리들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라인과 카톡이 지난 7월부터 중국에서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일부 정상화했다고 하지만, 테러 정보가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어 일부 SNS를 차단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에 반해 중국의 대표적인 SNS 위챗은 서비스에 어떠한 제한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도 중국에 진출하면서 사실상 온갖 어려움을 겪었으며, 지금도 100% 완벽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또 중국 내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대외적인 관계가 있어 언론에서 ‘유도’라는 표현을 썼지, 사실상 ‘의도적’이다. 자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나 화웨이 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은 외국 업체가 자국에 들어오는 것에 이렇게 제한을 두고 있지만, 중국 ICT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거침이 없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거대한 자본을 앞세워 이미 야금야금 진출해있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중국 자본에 넘어갔고, 다른 업종들도 차이나머니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주도에선 땅마저도 중국인들의 사재기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정책이나 문화를 이상하게 보려는 생각은 없다. 중국은 그 나라에 맞게 공산당이라는 최고 정책결정기구를 만들면서부터 미국을 위시로 한 서구의 개방정책과는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중국의 아버지와 어머니라 불리는 마오쩌뚱과 덩샤오핑 모두 자국 보호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중국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을 대하는 정책을 바라보고자 할 뿐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달리, 우리나라 정부는 한마디로 국내 ICT 기업들을 보호하기보다 외산 장려정책을 펴는 듯한 인상이다. 게임규제법과 성인인증제 등 온갖 규제로 ICT 기업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어서다. 하지만 페이스북·구글·유튜브는 물론, 외국산 게임들이 우리나라에선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차별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시진핑 주석 방한 이후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대통령을 면담하고 한국 진출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도 마윈 회장과 대면했다. 중국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칫 국내 ICT 산업이 정부규제에 치이고, 외국자본에 차이는 양대 올가미에 묶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손님을 맞기 전에 안살림부터 살펴보는 게 순서다. ‘쇄국정책’이 통하는 세상은 아니지만, 대원군이 왜 그런 정책을 펼쳤는가는 역사 교과서에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수천년을 같이 보내온 중국과 상생이 오래갈 수 있도록 내부를 탄탄히 다지는 게 지금부터라도 필요하다. 광복후에 미국에 휘둘리더니, 이젠 중국에 휘둘릴 것이라는 말이 제발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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