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3부 - 2]최운열 서강대 교수 “금융으로 국부창출…美유럽 재규제 움직임 쫓아가선 안돼”

입력 2014-08-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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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이후 금융산업 크게 후퇴…관료 마인드로 시장관리 벗어나야

▲최운열 서강대학교 교수는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성장 늪에 빠진 이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최경환 경제팀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우리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금융산업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쟁력 높은 DNA와 지정학적 이점으로 금융업을 통한 국부 창출에 유리한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최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금융 홀대’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의 재규제 움직임을 쫓아가려는 정부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최근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 재규제 움직임을 따라가는 건 대학생이 사고쳤다고 초등학생이 고등학교도 못 가게 하는 꼴”이라면서 정부에 보다 강한 규제완화 조치를 주문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1년 반을 넘기면서 국가 대개조를 들고 나왔다. 방향성을 조언한다면.

“우선 군국주의 냄새가 나는 국가 ‘개조’를 ‘혁신’으로 바꿔 다행이다.

세월호 사태에서 언론들은 ‘기본이 무너졌다’고 표현했는데 우리는 기본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국민들은 선진국에 들어간 것처럼 붕 떠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하나하나를 실제 보면 갖춰진 게 거의 없다. 이 시대 (세월호 같은 문제에) 모든 국민이 공범이다.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정부 주도가 아닌 국민들이 동참하는 이슈들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 도덕재무장 운동이라든지, 법을 제대로 지키자는 법질서 운동이라든지 전체 국민의식의 개혁을 위한 무브먼트로 나라를 바꿔야 한다. 국가 혁신한다고 정부가 따라오라고 해도 국민들이 따라가지도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

△최경환 경제팀의 우선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저성장 늪에서 빨리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 지난 1기 내각은 현실에 안주했지, 별로 한 게 없다. 이번에 성장 모멘텀 분위기를 만드는 건 좋은데, 우리나라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2만달러를 넘어 성장의 패러다임 자체도 과거 70, 80년대와는 달라야 한다. 과거에 썼던 경제활성화 툴(tool)을 들고 나오는 건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우려된다. 이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정부가 한은을 압박하는 건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러면 중앙은행이 해주고 싶어도 못한다. 하지만 한은도 정부에 협조하면 어용이고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과거엔 정부가 한은을 남대문 출장소 취급하다 보니 반작용으로 그랬지만, 지금처럼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 한은 총재가 불참하는 게 중앙은행 독립성은 아니다. 한은 총재라면 박근혜 대통령과도 정기적으로 독대하면서 한은 생각을 정부가 따라오도록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게 중앙은행의 위상 강화일 것이다.”

△한은의 기능과 역할을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한은은 좋은 인재들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연구성과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서 한은의 아웃풋(outfut)이 국가경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인식시켜야 한은의 위상이 더 높아진다. 장단점이 있지만 내부 출신 총재는 기존 분위기에 함몰되기 쉬운 만큼 외부에서 50대 후반이나 젊은 분들이 (총재로) 연임하면서 쇄신해야 중앙은행으로 제대로 서리라 본다.”

△문화 분야 등과 달리 우리는 유난히 금융에서 뒤처져 있는 게 아닌가.

“제조업 보조를 넘어 국부를 창출하는 전략산업으로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서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에 동북아금융허브위원회도 만들고 구체적 전략도 세웠는데 MB정부부터 완전히 후퇴해버렸다. 금융을 보는 눈이 70년대로 후퇴했다. 지난 정부나 이 정부도 ‘금융이 무슨 산업이냐, 사고 치지 말고 기업 필요한 돈이나 제대로 조달하면 된다’고 보는 것 같아 굉장히 아쉽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때도 금융은 빠졌다.

우리 DNA가 금융에 경쟁력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예전엔 셋만 모이면 고스톱쳤다고들 하는데 고스톱 문화가 1등 아니면 다 죽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융문화랑 비슷하잖나. 또 우리처럼 골프게임이 다양한 나라가 없다. 지정학적으로도 우리는 동북아에서 좋은 위치다. 동북아의 실물이 발전하면 금융도 뒤따라줘야 하는데 도쿄는 일본이 금융 후진국이란 점에서, 상하이는 공산주의라는 한계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치우쳐 있어 맞지 않다.”

△금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후퇴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이런 금융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규제개혁한다고 말은 해도 규제 권한 가진 관료들에겐 최고인 셈이다.

금융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바뀌었다. 하지만 금융이 발전한 영국, 미국에서 지나친 규제완화로 사고가 터진 것이지 한국은 그런 나라들과 비하면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과 초등학생 수준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 재규제 움직임을 따라가는 건 대학생이 사고쳤다고 초등학생이 고등학교도 못 가게 하는 꼴이다.

금융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변화하려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은 이 3곳에 시장 마인드 가진 수장들이 한꺼번에 들어가야 한다. 3자가 보조 맞춰 뜯어고쳐 보자 하면 모를까 어느 한 군데 들어가봐야 소용없고, 민간에서 들어가면 협조도 안해줘 왕따 당하고 바보돼 나온다.”

△자본시장 쪽도 상황이 좋지 않다.

“우리는 왜 골드만삭스 같은 IB(투자은행)가 안 나오느냐고 하지만, 시장 중의 시장인 증권거래소를 봐라. 수장 외에도 본부장급에도 관료들이 가 있다. 금융은 자율과 창의를 먹고 사는 산업인데 관료적 마인드로 시장을 관리하고 운용하니 작동되겠나. 외국은 규제가 강화되면 산업이 발전 못하니 공적 규제 대부분을 금융협회 등에 자율 규제로 넘긴다. 우리나라는 금융 관련 협회가 6개가 있는데 5개 협회장이 누군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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