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혁신을 위해 공감하라

입력 2014-07-11 12:35 수정 2014-07-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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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방대해져 가는 데이터, 현기증 나는 변화속도속에 혁신만이 살 길이다 라는 대세 앞에 우리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몰입과 무감각.어릴 때 귀에 박히게 듣던 “길 조심해라”, “꼭꼭 씹어 먹어라”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처럼 강조가 보편화되다 보니 무감각으로 흐른다. 혁신 누가 몰라서 안하나? 안되니깐 안하지에서 오는 무력감이기도 하다. 창조는 모방에서 출발함을 강조했던 피카소나 스티브잡스에 힘입어, 그럼 카피라도 해볼까 하지만 모방 역시 쉽지 않다. 혁신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 것인가?

2013년 패스트 컴퍼니 선정 ‘세계의 가장 혁신적인 회사 50’에서 1위를 차지한 나이키. 운동화 깔창 밑에 아이팟나노 모델과 무선 연동이 되는 수신기를 삽입한 나이키 플러스 덕분이다. 이 기계는 미리 입력한 목표 대비 현재 성과, 남은 거리, 열량 소모량 등에 대한 정보와 응원을나긋한 목소리로 러닝 내내 보내준다. 최근 개봉영화 ‘그녀’에서 주인공이 목소리로 존재하는 모바일 운영체계와 깊은 소통을 나누듯이 말이다. 더 나아가 나이키플러스닷컴에서는멀리 있는 사람들과 공동의 목표를 성취해가는 커뮤니티의 경험까지 제공한다. 소비자는 혼자 뛰면서 혼자 뛰지 않는다는 새로운 체험을 구매한 셈이다. 소재, 디자인, 기능성 등 기술적 혁신의 차원을 넘어 의미의 혁신을이룬 것이다.

혁신의 대명사 애플사가 2001년 아이팟을만들었을 때 기술적으로는1997년에 이미 상용화된 소형 뮤직 플레이어 테크놀로지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전세계가 열광한 것은 개성의 표현의 도구로서의 의미를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구현한 속성은 다양한 컬러, 인기와 상관없이 매겨진 99센트 동일가격제 등이었다. 또한 테크놀로지는 ‘영 피플’이 아닌 ‘쿨피플’을 위한 것으로 재의미화함으로써 신기술에 울렁증이 있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도 끌어안았다. 실제로 그들은 자녀, 조카, 후배들을 위해 3~4개씩 구매함으로써 파워고객층이 됐다.

혁신 하면 더 빨리, 더 작게, 더 고기능으로 등 지금까지는 기술적 속성의 개발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러나 속성으로 얻어낸 혁신은 경쟁력이 그리 길지 않다. 또 다른 개선으로 전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 공간에서도 프라이버시가중요함을 새롭게 제시한 시스템 사무가구의 효시 허먼밀러, 눈에 안띄는 인공 팔다리보다 일반사람과 동일한 라이프스타일을 가능케 하는 의족의 의미를 구현한 반필립스의 치타, 세련된 감각으로 쇼핑 아이템을 제안받는 경험을 던진 팹닷컴, 작은 다이어몬드로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의미를 부여한 드비어스 등이 그리 새롭지 않은 기술로 구현한 급진적 혁신의 사례다.

혁신이 세상에서 듣도보도 못한 것일 필요가 없다고 파슨스의 전략디자인 에린조 교수는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리프레이밍, 의미의 재창조이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관점이 내재하고 있고 관점의 이동이 자유로와야 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관점, 리더는 팔로워의 관점,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관점, 남편은 아내의 관점이 필요하다. 남이 보는 입장이 어떨까 실제로 사람들에게 감정이입의 훈련을 시키고 나서 1주일후 창의성과 관련된 뇌영역의 활성화가 확인된 연구보고가 있다.

공감은 위로나 연민과 다르다. 대담한 상상행위로서 “다른 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경험하기 위한 그의 마음을 타고 오르는 아찔한 행동”이라고 다니엘 핑크는 말한다. 내 고객이 갖게되는 연속된 ‘경험의 지도’(Experience map)를 그려보는 것은 어느 상황이건 도움이 된다. 무슨 말로 협상 파트너를 설득해야 할지 난감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부하직원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를 때, 약속에 늦어 화난 상대를 마주할 때, 5분만 그들 인생으로 들어가보자.

“(누구의) 피부 안으로 들어가다”라는 불어 표현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보다 ‘그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를, ‘내가 할 말을 다했는가’보다 ‘그들이 할 말을 다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공감이다.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원하는가? 그럼 그들의 피부로 들어가서 그들이 직장에서 가지게 될 경험세계를 상상하고 재디자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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