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청문회를 바꿔라

입력 2014-07-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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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바뀌게 마련이다. 나이 먹은 사람이 젊어 보이기 위해 보톡스 맞고 별짓을 다해도 하는 짓이나 말하는 걸 보면 그 사람 나이를 알 수 있듯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시간의 흔적과 세월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법이다. 또 변해야 정상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마땅히 변하고, 또 세월 따라 성숙해야 하지만 성숙하지 않은 게 있다. 바로 청문회가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 청문회, 특히 인사청문회의 역사는 길지 않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건 1999년이었으니 그 역사는 15년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청문회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청문회가 신상털기로 전락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청문회가 신상털기의 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청문회의 형식과 또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가, 과거나 지금이나 그대로라는 점이다. 우선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은 “이걸 계기로 한 번 떠보자”는 생각만 갖고 있지 해당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진지하게 검증해 보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만일 청문 대상자를 검증할 생각이 있다면 의혹 제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상대의 얘기도 들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청문회의 본래 취지다. 청문회란 문자 그대로 얘기를 듣는 자리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문회의 풍경은 다르다. 일단 국회의원들은 일장 연설을 한다. 그런 연설을 하고 나서 청문 대상자가 말이라도 할라치면 “됐어요”라고 하며 상대의 말을 막는다. 그리고 하는 말이 “네, 아니요로 대답하세요”다. 항상 나오는 말이 또 있다. “잘못했죠? 사과하세요”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싶으면 소리를 친다. 이건 청문회가 아니라 국회의원 연설회라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놔둘 수는 없다. 이런 청문회는 청문 대상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지도 못하고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시킬 수도 없는 까닭이다.

청문회 형식을 바꿔야 한다. 일단 청문회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시간적 발언 총량만 제한하지 말고, 의원들의 질문 시간을 제한하고 공직 후보자의 답변 시간 역시 일정시간 보장해 줘야 한다. 그리고 질문, 답변, 재질문, 재답변의 형식으로 진행되도록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청문 대상자에게 수많은 의혹만 제기하고 일단 장관이 되면 나 몰라라 하는 야당의 태도도 문제다. 만일 야당의 주장대로 청문 대상자의 의혹이 공직 수행에 문제가 될 정도의 사안이라면 장관에 임명됐다고 그냥 덮을 것이 아니라 끝까지 추적하고, 만일 그런 하자가 사실로 드러나면 현직 장관이라도 끌어내려야 한다. 그게 논리적으로 맞다. 하지만 지금처럼, 청문회 때는 대단한 의혹인 양 떠들다가 청문회가 끝나면 잠잠해지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야당의 의혹제기를 정치적 이벤트로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야당에 대한 신뢰만 떨어질 뿐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점은 청문 대상자들이 성의 없는 답변을 하거나 거짓말을 한 번이라도 한 것이 드러나면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에서도 거짓 증언을 하면 처벌받는 게 당연한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사람을 법적 처벌 없이 그냥 넘어가면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런 제도적 보완 없이 청문회가 계속된다면 이건 정치인들의 자기과시용 유희장소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청문회를 청문회답게 만들어야 청와대의 책임을 보다 확실히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문제점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남 탓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더 이상 인사 문제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는 없어져야 한다. 인사 문제 때문에 진보와 보수의 균열구조가 더욱 심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정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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