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입력 2014-06-27 11: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용대 ‘그곳에 산이 있었다’

‘사람들은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철학이 담긴 등산인 이용대 등산학교장의 에세이집이다. 사람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영웅적인 행위로, 또 어떤 사람은 독창적인 자기표현의 활동으로, 또 다른 사람은 성숙된 놀이 문화로 산을 오른다.

어느 시대나 인간은 무엇을 높은 것으로 볼 것인가는 다르지만 가장 높은 곳을 갈망한다. 이들이 맞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작가는 산에 미친 사람들이 맞닥뜨린 어려움은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 살인적 추위, 강풍, 눈사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생업의 산’이라고 말한다. 산에 빠진 사람은 직장과 산을 양립시키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사표마저 불사하고 에베레스트로 떠나겠다고 고집하는 부하에게 상사는 “에베레스트가 가족의 생계가 걸린 직장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묻는다. 보통사람들의 상식이나 통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산꾼에게 추락이란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지만 저자는 자신의 추락 경험담으로부터 배웠던 교훈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예상치 못한 추락 경험은 저자로 하여금 매사 신중하게 대처하도록 만들었고 오만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뼈아픈 기회를 제공했다. 등산계에는 등산의 목적을 등정에 두지 않고 등정에 이르는 과정에 두는 등로주의의 흐름이 있고, 다른 하나는 등정 자체에 목적을 두는 등정주의가 있다. 8000m급 미답봉에 대한 등정 시대가 끝난 이 시점에서 등로주의는 새로운 조망을 받고 있다. 등로주의는 끊임없이 미개척의 새로운 길을 찾아나설 뿐만 아니라 형식을 넘어서 정신과 태도의 문제까지 포함하게 됐다.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할 수 없는 등산에 대해 “등산은 살아서 돌아옴으로써 완성된다. 성과를 얻는 것은 등산의 목적이 아니다. 상황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떨쳐버리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남극대륙의 탐험길에서 아문센과 다투었던 스콧은 2등을 하고 말았다. 또한 그는 귀국길에 동료들과 함께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그가 남긴 마지막 일기는 이렇게 끝난다. “기력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여행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여행을 통해 영국인들은 역경을 견딜 수 있고 서로를 도울 수 있으며 누구보다 큰 용기를 가지고 죽음과 맞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멋진 등산을 원하는 사람에게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유명 알피니스트(등산가)들의 자서전이나 등반기를 읽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모든 일을 체험할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책을 통한 간접 체험이다. 설악산이나 백두대간을 사전 정보 없이 오르기보다는 ‘설악행각’이나 ‘산경포’를 읽고 오르면 그 기쁨은 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알프스 등반기’를 읽고 마터호른을 찾는 사람이라면 1865년 첫 등정 당시 일어났던 대참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격적인 순간이 여럿 있겠지만 저자에겐 비박(등산 도중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한 데서 밤을 지새는 것)을 하면서 하늘의 아름다움을 접하는 순간이다. “밤하늘은 어느 위도, 어느 경도에서 봐도 아름답지만 산 위에서 볼 때가 제일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산악인은 사람을 구분할 때 “산에 가는 사람과 가지 않는 사람, 산에 가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글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한다”고 장담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산과 산악인에 대해 이해와 간접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산을 간직한 채 매일 등정에 참여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인기 있는 K팝스타’는 여자가 너무 쉬웠다…BBC가 알린 ‘버닝썬’ 실체 [해시태그]
  • 서울시민이 뽑은 랜드마크 1위는 '한강'…외국인은 '여기' [데이터클립]
  • 윤민수, 결혼 18년 만에 이혼 발표…"윤후 부모로 최선 다할 것"
  • 육군 32사단서 신병교육 중 수류탄 사고로 훈련병 1명 사망…조교는 중상
  • "웃기려고 만든 거 아니죠?"…업계 강타한 '점보 제품'의 비밀 [이슈크래커]
  • '최강야구' 고려대 직관전, 3회까지 3병살 경기에…김성근 "재미없다"
  • 비용절감 몸부림치는데…또다시 불거진 수수료 인하 불씨 [카드·캐피털 수난시대上]
  • 문동주, 23일 만에 1군 콜업…위기의 한화 구해낼까 [프로야구 21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000,000
    • +4.77%
    • 이더리움
    • 5,004,000
    • +16.72%
    • 비트코인 캐시
    • 710,500
    • +6.6%
    • 리플
    • 737
    • +3.8%
    • 솔라나
    • 248,800
    • +0.97%
    • 에이다
    • 687
    • +6.35%
    • 이오스
    • 1,182
    • +7.55%
    • 트론
    • 170
    • +0.59%
    • 스텔라루멘
    • 154
    • +4.05%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800
    • +6.03%
    • 체인링크
    • 23,080
    • +0.39%
    • 샌드박스
    • 636
    • +5.4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