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할린 징용 피해자 후손, 대한민국 국적 인정"

입력 2014-06-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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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할린에 끌려간 부모 때문에 현지에서 나고 자란 무국적 동포가 소송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확인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김모(60·여)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확인해달라"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 부모는 각자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갔다가 결혼해 김씨를 낳았다.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채 현지에서 사망했고, 김씨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할린에서 무국적자로 살아온 김씨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사할린 희망캠페인단'의 조력을 받아 2012년 8월에야 뒤늦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김씨는 소송에서 "사할린으로 징용된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 소련의 강제억류 정책 탓에 귀국하지 못했다"며 "혈통주의를 채택한 국내 법에 따르면 사할린 한인은 애당초 국적을 이탈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자(재외국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리나라 제헌 헌법과 제정 국적법 등을 근거로 김씨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김씨의 부모는 제헌 헌법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김씨 역시 출생과 동시에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할린 무국적 한인들은 일제에 의해 동원돼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하게 됐음에도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현재까지 아무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이익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헌법과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하는 사할린 거주 무국적 한인들이 국민으로서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 및 기본권 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김씨가 법무부를 통한 국적 판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장 소송을 제기한 점을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사할린 징용 피해자의 후손이 법원에서 국적을 확인받은 첫 사례"라며 "김씨와 비슷한 사할린 무국적 동포가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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