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대 재벌가의 자녀교육 제왕학(帝王學)

입력 2006-07-06 14:29 수정 2006-07-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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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람을 다스려라' · LG '헤어지면 적이 되지 말아라'

“기업을 일군 힘, 창업주의 ‘인생철학’에서 나왔다!”

한국 기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후계자 교육’이다. 거의 맨주먹으로 거대 기업을 일궈낸 창업주나 최고경영자들이 과연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했는지가 항상 초미의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창업주들은 자식들에게 단순히 재산만 물려주는 것 뿐만 아니라, 독특한 경영철학과 인생 경험을 전수해 장차 최고경영자로 육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독특한 자녀교육을 펼치고 있다.

◆ 삼성가(家) - 사람을 다스리는 제왕학(帝王學) 전수

“경영이론 보다는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더 넓혀라!”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을 교육시킬 때 무엇보다 2세 경영인으로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어떻게(How)'의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사고를 키워나가는 소위 '케이스 스터디'가 교육의 메인 커리큘럼이었다.

25년간 삼성그룹 자문 역할을 맡았던 이창우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출간한 '다시 이병철에게 배워라'에서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셋째인 이건희 회장에게 어떤 식으로 황태자 교육을 시켰는지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이병철 회장의 이러한 교육방법은 경영자 수업을 받는 '학생' 이건희의 입장에선 녹록하지 않은 숙제였다. 이건희 회장은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 이건희 회장의 마음과는 아랑곳하지 않게 이병철 회장은 현장에서 부딪치며 스스로 익히도록 하는 방식을 묵묵히 따랐다.

20년 가까이 이런 시간이 지나면서 '가르치기 보다는 스스로 배우게 만든다'는 이병철 회장의 독특한 수업방식은 빛을 발했다.

이병철 회장은 다음으로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건희 회장은 "나는 선친으로부터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나 자신 삼성의 회장으로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을 키우고, 쓰고, 평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건희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배운 가르침은 아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외아들인 이재용 상무에게 핵심 인력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쳐 왔고, 후계자 교육의 제1 덕목으로 삼고 있다.

일례로 이 회장은 유비가 제갈량과 손잡으려 세 번이나 집을 찾아가 동참을 간청했다는 내용의 수묵화 '삼고초려도'를 장남인 이재용 상무에게 줬다.

이 상무는 이 수묵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두고 있다. 일상 속에서 핵심인력의 중요성을 느끼라는 이 회장의 특별한 배려가 엿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대부터 꾸준히 내려오는 가르침은 ‘듣고 또 들어라’의 경청의 미덕을 갖는 것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부회장이 됐을 때 선친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붓글씨로 쓴 '경청(傾聽)'이라는 글귀를 받았고 이재용 상무의 사무실에도 마찬가지로 '경청'이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상무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그 첫 번째가 '1취(趣) 1예(藝)'는 있어야 된다는 것. 이 상무가 골프와 승마에 열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현대차가(家)- 조참모임에서 경영수업시켜

“남들보다 시간을 2배로 활용하기 위해 아침을 활용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평상시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불문율로 여기고 있다. 특히 시간개념만큼은 철저하기로 소문났다.

정 회장이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매일 오전 6시 30분이다. 적어도 6시전에는 일어난다는 소리다.

정 회장의 새벽 출근은 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철저하게 학습된 습관이다. 정 명예회장은 새벽 4시면 기상하고 5시에는 청운동 자택에서 아들들과 아침식사를 했다. 만약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졌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아침형인간의 원조인셈이다.

아버지의 반강제적인 새벽출근이 몸이 벤 정몽구 회장은 아들인 정지선 기아차 사장에게도 전해졌다. 정 회장은 “하루 24시간을 알차고 남들보다 2배로 활용하기 위해 아침을 활용해야 한다”고 정의선 사장에게 가르쳤다.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 역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닮아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정몽구 회장과의 아침식사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정주영 회장은 물론 정몽구 회장 역시 ‘밥상머리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돌관정신(突貫精神)도 정의선 사장에게 교육되고 있다. 돌관정신은 선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어떤 난관이 처해 있을 때 포기하기 보다 “해보기나 했어?”라며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한 것을 말한다.

정 사장은 기아차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서 그동안 '경영수업을 받는' 정의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경영현안을 직접 책임지는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됐다. 그만큼 그의 어깨는 무거워졌고 아버지의 돌관정신이 큰 가르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알려진대로 정의선 사장은 정몽구 회장의 외동 아들이다. 장자상속과 남아 선호사상이 뿌리 깊은 재벌가에선 아들이 그룹을 승계하는 것을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왔다. 정몽구 회장이 매우 엄격하게 가정교육과 경영 수업을 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가부장적인 가풍이 남다른 정 회장일가에서 예절 교육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정의선 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윗사람에게 깍듯하게 모시는 방법 등 사소한 예의범절까지 가르쳤다고 한다. 정 사장이 예의가 바르며 겸손하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는 것도 정몽구 회장의 엄격한 예절 교육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부하직원에게는 절대로 반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의선 사장은 주말에는 어김없이 한남도 정몽구 회장 자택을 찾는다.

◆ LG가(家)- 유교적 가풍으로 자녀들간의 재산다툼 없애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헤어지면 적이 되지 말라!”

구본무 LG회장 일가의 자녀교육은 한마디로 '가족간의 인화(人和)'를 존중하는 가르침이다.

특히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유교적 가풍이 녹아있는 자녀교육은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자녀는 6남 4녀. 장남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이다. 구 명예회장은 구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의 2대 회장을 역임했다. 물론 3대 회장은 구 명예 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LG 회장이다.

생전에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이 자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 것 중에 하나가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였다.

이런 가르침은 70년 이상 지속됐던 허씨 가문과의 동업관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창립 때부터 최근까지 LG그룹에 참여한 구씨와 허씨 일가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른다. 두 집안의 동업은 3대에 걸친 것인 데다 양가 모두 다손(多孫) 이어서 다른 재벌에 비해 유달리 많은 편이다. 그래서 국내 재벌 중 가계도가 가장 복잡하다.

'가지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은 그러나 LG에게는 들어맞지 않았다.

심각한 불협화음 없이 양 가문은 평탄하게 기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LG에서 GS로 분사되는 과정에서도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는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 인화를 강조한 유교적인 가정교육과 대를 잇는 가르침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선친으로부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돈을 낭비하고 천하게 쓰는 것을 우리 집에서는 가장 큰 악덕 중 하나로 여겨왔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창업회장일 필두로 대대로 평소 자녀들에게 돈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사면 사용기한을 정해 그때까지 아껴서 쓰도록 했다. 사용기한 전에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함부로 훼손하면 절대 돈을 주지 않으면서, 한 푼의 돈도 헤프게 쓰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수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재벌가에서 흔치 않는 교육인 셈이다.

구본무 회장은 원래 연경(28)·연수(10) 두 딸만을 두고 있다. 모두 나이가 어리고 유교적 가풍이 강해 여자들이 경영에 참가하지 않은 관행으로 후계자 교육은 잠시 뒷전이었다. 하지만 2004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씨를 양자로 들여와 본격적인 후계구도를 확립한 상태이다.

현재 광모씨는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대에서 유학중이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구몬무 회장에게 이렇다할 후계자 교육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 LG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학업을 맞춘 후에야 제대로 된 후계자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SK가(家)- 최태원·최재원 두 아들, 대학에서 물리학 전공시켜

“경영자가 되려면 물리학이나 화학 가운데 하나는 공부해야”

최태원 SK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SK엔론 부회장은 모두가 대학 학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했다.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강력한 권고였기 때문이다. 특히 훌륭한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해선 경제를 잘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물리나 화학 등의 자연과학을 공부해야 한다며 아들에게 가르쳤다.

그래서 문과를 지원했던 최태원 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를 선택하게 됐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도 고려대 물리학과에 들어간 후 재료공학으로 전공을 바꿨지만 자연과학을 전공하긴 매한가지였다.

최종현 회장이 이처럼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자식들에게 강조하게 된 배경에는 최 회장 스스로가 화학을 전공하면서 얻은 체험이 주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 화학과를 나온 후 시카고 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최태원 회장이 회고하는 선친의 가르침 가운데 '자연과학'과 더불어 '해외유학'의 중시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유학의 필요성에 대해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친께서 내 인생에서 강제한 것 중에 몇 가지가 안 되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유학을 떠나라는 것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당시 유학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냥 때가 되면 유학도 가긴 가겠구나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한데 선친은 졸업식도 하기 전에 유학을 가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선친이 선택한 시카고 대학에서 최태원 회장은 평생의 배필을 만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를 만나 테니스를 같이 치며 연애한 끝에 결혼하게 됐다. 당시 노소영씨는 런던대학을 마치고 시카고 대학원으로 옮겼었다. 선친이 중매쟁이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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