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하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6-12 07:50 수정 2014-06-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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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직격탄] 축구공은 둥글다! 더 가치 있는 것은?

▲한국 축구대표팀(사진=AP뉴시스)

월드컵이다. 지구촌의 눈이, 우리 국민의 시선이 브라질월드컵으로 향한다. 13일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개막전을 시작으로 32일간의 월드컵 열전이 펼쳐진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원정 8강’이라는 거창한(?) 목표도 세웠다. 국민의 기대와 관심은 최고조다. 비록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슬픔에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외형적 응원 열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국민의 가슴은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팀의 16강, 8강 진출여부를 결정하는 경기 결과에 국민의 관심은 지대하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와 열망과 달리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팀을 4강신화로 이끈 히딩크 감독마저 “한국, H조 들어가 아쉽다”는 말로 16강 진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H조는 우리보다 FIFA 랭킹뿐만 아니라 객관적 실력에서 앞선 팀들뿐이다.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다. 어느 팀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관중은 기대한다. “공은 둥굴다” 라면서. 물론 축구공은 둥글다. 그만큼 축구가 불확실성이 많아 의외적 결과가 많다. 독일 대표팀을 28년간 이끈 독일축구의 아버지, 제프 헤르베르거는 “사람들이 왜 축구를 보는가. 누가 이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은 둥글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객관적 팀 전력과 상관없는 의외의 이변이 월드컵 경기에서 수없이 속출한다. 하지만 의외적 결과는 공이 둥글다는 외적 조건의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노력에서 초래된다. 물론 월드컵에선 최선의 경기를 펼쳐도 패배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부지기수다.

이런 축구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에선 경기결과인 승패에 관중과 국민의 반응이 극단적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 나섰던 홍명보 국가대표감독은 “그 경기에서 못 넣으면 이민 가야 할 상황 이었습니다”라고 토로한 것은 축구에서의 승패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월드컵 경기 결과에 국민의 관심과 반응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선의 과정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데도 패배라는 결과 앞에선 무의미하다. 오직 승리에 환호와 찬사가, 패배에 힐난과 비난만 쏟아질 뿐이다. 아름다운 패배란 설자리를 잃는다. 왜 그럴까. 바로 결과 지상주의와 승자독식주의라는 한국의 고질적 병폐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으면 수단과 방법, 과정, 절차는 문제나 불법이라도 용인되는 결과지상주의가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한다. 이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내려 한다. 여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라는 결과를 쟁취한 자가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주의의 폐해가 더해진다. 1% 부자로 대변되는 승자가 99%의 빈곤과 비참을 강제하는‘1 대 99의 사회’는 승자독식의 정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우리사회와 인식을 지배하는 결과지상주의와 승자독식주의 폐해가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하는지 세월호 대참사가 잘 보여준다. 승자의 척도로 여겨지는 돈이라는 결과물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하고 불법을 자행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뿐이겠는가. 대한민국의 오늘은 결과지상주의와 승자독식주의의 폐해로 얼룩져 수많은 비극과 불행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희망과 미래를 상실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경기에 전국민의 시선이 쏠려있다. 경기결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 가치 있는 것은 객관적 열세에 굴하지 않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제는 경기의 승패에만 관심을 올인 하고 결과만을 평가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경기의 과정, 선수의 값진 땀방울의 가치도 인정하자. 이것이 승자독식주의와 결과지상주의로 야기된 병폐를 개선할 인식의 첫발걸음은 아닐까.

브라질 월드컵이 “축구는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하는 인생의 은유이지만 다른 한편, 불가능한 일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 한다”는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의 말의 의미를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둥근 공이 야기하는 의외적 이변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패배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박수를 보내는 동기가 됐으면 한다. 더 나아가 세월호로 드러난 우리사회의 결과지상주의와 승자독식주의의 병폐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그렇다면 브라질 월드컵은 또 다른 의미를 획득하는 발전적 기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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