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실험실창업, 창업보육, 테크노파크

입력 2014-06-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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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2000년 한국은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이룩했다. 세계 최초로 미국 바깥에서 성공한 신시장인 코스닥과 벤처기업특별법이라는 세계 최초의 창업 진흥법의 쌍끌이로 한 해 3000개가 넘는 벤처기업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이스라엘의 전체 벤처기업 수가 1000여개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세계 최대 수준의 벤처 창업 실적이다. 당시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해 설계한 한국의 벤처생태계는 이론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이스라엘, 일본, 중국 등 전 세계가 부러워한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이라 할 것이다.

그 한 축에서 역할을 한 실험실창업제도·창업보육센터·테크노파크라는 한국의 기술사업화 정책을 복기해 보자. 이 세 가지 제도는 1996년 ㈜코스닥 설립, 1997년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에 이어 1998년 추진된 기술사업화를 위한 벤처 정책이었다.

1998년 암울한 IMF 위기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었다. 바로 선도 벤처를 위한 코스닥과 창업 벤처를 위한 벤처기업특별법이라는 준비된 벤처 정책들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연구비가 투입되고 석박사의 70% 이상이 포진된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들이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했다.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려는 전 세계 기술사업화 정책 중 실증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정책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1998년 한국의 기술사업화 대안으로 실험실 창업·창업보육센터·테크노파크 등의 정책이 추진된 이유다.

기술 자체의 이전은 대단히 어렵다. 기술은 사람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자가 직접 사업을 하는 것이 기술사업화의 최적의 대안이라는 것이 메디슨 창업을 통한 필자의 경험이다. 사무실 구하기, 실험설비 갖추기와 같은 창업의 애로 사항들이 실험실에서 창업을 하면 모두 풀리는 것이다. 전국의 연구실은 1만개 정도였다. 이 연구실에서 2년에 1개의 창업만 이루어져도 21세기 벤처대국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세계 최초의 실험실창업제도가 출발하게 됐다. 그런데 창업자 연대보증 문제와 창업 이후 복귀 과정의 불이익 문제가 이 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사업화의 첫 관문인 ‘악마의 강’이라는 가능성 입증 단계를 거친 창업자들의 보육을 위해 전국에 280여개의 창업보육센터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보육된 5000여개의 벤처 중 기술사업화 관문인 ‘죽음의 계곡’을 넘은 기업들의 모내기 장소로 만들어진 것이 전국의 테크노파크들이다. 그중 성공적 기업들을 시장에서 받기 위한 터전으로 준비된 것이 벤처빌딩제도였다. 이러한 제도들을 유기적으로 작동시켜 연간 5000개의 벤처 창업을 통해 한국이 세계 최고의 벤처대국이 되자는 것을 당시 ‘21세기 벤처대국을 향하여’라는 책에 기술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제도들이 현재 기업가 정신 부족, 개방과 협조의 부족이라는 두 가지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1998년 테크노파크 선정위원장으로서 ‘제3 섹터 방식인 기술사업화가 관 주도로 변형되지 않아야 하며, 만약 퇴직 공무원들이 내려오는 자리가 되면 비용만 낭비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던 바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창업보육센터장의 대부분은 순환 보직 교수들로 채워져 있고, 테크노파크는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곳에 기업가정신이 실종된 것이다.

실험실 창업, 창업보육, 테크노파크는 상호 연동돼 시너지를 발휘할 때 바람직한 벤처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것은 자명하다. 초기에는 상호 협조가 되도록 평가 관리 연동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실험실 창업은 교육부가, 창업보육은 중기청이, 테크노파크는 산업부가 각각 관장하면서 상호 시너지는 사라지고 부처 간의 벽들만 남았다. 지역의 중심인 18개 테크노파크, 지역의 280여개 창업보육센터, 1만여개의 실험실 개방과 공유의 협조 체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월호와 같이 기술사업화도 한국 문제의 축소판이고 동일한 처방이 긴급히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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