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위송빠레’는 누가 만들었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5-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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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맨유 활약 당시의 박지성.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후 팀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어제까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오늘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축구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미련은 없다. 그래서 눈물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은퇴 앞에서도 당당했다. ‘산소탱크’ 박지성(33)에게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는 있을 리 없었다. 쉴 틈 없이 훈련에만 열중하느라 자신의 환경이나 조건이 나쁜 줄도 몰랐다. 안 되는 건 전부 자신의 나태함 탓으로 돌렸다. 그렇게 혹독한 담금질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위송빠레(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다.

박지성의 24년 축구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다. 수원 세류초등학교 4학년(1990) 축구 입문부터 은퇴(2014)까지 과정에는 무한한 감동과 교훈이 담겨 있다.

축구공 하나로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고, 신체적ㆍ환경적 역경을 딛고 일류선수로 도약, 노력으로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경기 화성의 안용중을 거쳐 수원공고를 졸업할 때까지 주목받지 못했다. 왜소한 체격 때문이다. 수원공고 진학 당시 박지성의 신장은 164㎝, 게다가 평발이었다. 그렇다고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는 동안 평발인지도 몰랐다. 평발이 불리하다는 사실도 몰랐다. 가끔 발이 아플 때마다 운동을 많이 하면 당연히 아픈 거라 생각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1999년 명지대 진학 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파벌에 밀려 주류가 되지 못했다. 올림픽 후에는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교토상가)에서 프로 데뷔해 맹활약했지만 대표팀 발탁은 꿈같은 일이었다.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을 만나면서 비주류에서 주류가 됐다. 특히 2002 한ㆍ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뽑아내는 등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이후 박지성은 히딩크를 따라 네덜란드로 떠나 유럽 진출 꿈을 이뤘다.

유럽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과 텃새에 맞서 싸워야 했다. 첫 시즌에 대한 부담과 적응력 부족, 그리고 잦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은 박지성 본인의 몫이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박지성의 성실함을 누구보다 신뢰했고, 박지성은 기대에 부응했다. 결국 박지성은 2004~2005시즌 PSV아인트호벤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이에 PSV아인트호벤 팬들은 ‘위송빠레’라는 박지성 응원가를 만들어 연호했다. 자신을 야유하던 사람들마저 자신의 팬으로 만든 기적 같은 일이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평범한 박지성에게도 기회는 똑같이 주어졌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회=결실’일 리는 없다. 평소 긍정적 마인드로 끊임없이 노력해온 사람만이 기회라는 나무에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단점 극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팀을 위해 보이지 않게 헌신하는 사람, 불행을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는 사람,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 자신에게 혹독한 사람,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 바로 박지성 같은 사람이다. ‘위송빠레’는 단순한 응원가가 아니다. 박지성의 24년 축구인생 결정체다. 어쩌면 박지성 본인이 24년을 노력해 만든 자작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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