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바느질하는 아내 - 신현복 한라 홍보부장

입력 2014-05-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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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커덩 드르르르륵

광막한 도심 대기의 창 너머로

마지막 전철 박음질 마감하는 소리 들린다

새벽부터 실을 골라 몸에 감았을

아내의 바느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가



작문에 수학 정해에 벌써 맨투맨까지

책갈피 속에서 온종일 낑낑대고 있는 큰 녀석

책가방에 신발주머니에 학력평가지

신발장 위 축구공처럼

바짝 쪼그라져 있는 작은 녀석

아내는

풀죽은 눈빛들을 미소로 끌어안으며

어린 그 가슴 먼저 기웠을 게다



바느질이 끝나지 않은 아내의 어깨 너머

끝 무뎌진 커다란 대바늘로

서울을 깁고 있는 남산이 보인다



꽃 지고 잎사귀 말라가는 시절이 안쓰러워

차마 나는 밑단 풀린 속 보이지 못하고

실타래 수북한 화장대 옆에

때묻은 작업복 슬며시 눕혀 놓는데



반짝이는 순금 바늘 아내가

사랑의 실 길게 끌며 구멍난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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