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시간이 멈춘 도시, 루앙프라방 -송인범 IBK기업은행 홍보부 과장

입력 2014-04-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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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알람이 울리자 다시 알람 버튼을 누르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일을 3번쯤 반복하고 더 이상 고민할 수 없는 심리적인 한계선을 넘어서고야 말았을 때 비로소 고된 하루를 기약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빠르게 씻고, 옷 입고, 가방 챙기는 이러한 일련의 행동을 기계적으로 마치고 나면 문 밖을 나서 신논현행 7시31분 열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뛰어간다. 규정상 출근시간은 8시50분까지라지만 팀장님께서 출근하시는 8시10분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야 한다.

직장생활 5년차. 추운 날씨가 방황하는 마음까지 얼리지는 못한 2013년 겨울, 라오스 루앙프라방으로 떠났다. ‘시간이 멈춘 곳. 라오스 루앙프라방’이라는 말을 본 순간부터 그곳을 동경해 왔다.

인천공항에서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까지 4시간 반. 국내선 항공으로 갈아타고 비엔티안에서 약 400km 북쪽에 위치한, 40분 정도 가면 루앙프라방을 만날 수 있다.

나눔으로 풍요가 되는 시간, 탁발. 매일 새벽 해가 여명을 비추기 시작하면 사원에서는 북소리와 함께 탁발의식을 시작한다. 탁발은 승려들이 거리로 나와 음식을 얻는 신성한 종교적 의식으로 수행자는 탁발을 통해 무욕과 무소유를 실천하고 보시자는 공덕을 쌓는다고 한다.

승려들이 긴 줄을 이뤄 걸어가면 무릎을 꿇은 보시자들은 본인이 준비한 음식을 승려의 발우에 조금씩 넣는다. 십시일반 쌓인 음식으로 발우는 가득 넘치게 되고 승려들은 그 음식을 다시 가난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 작은 나눔으로 모두가 풍요가 되는 시간, 탁발행렬을 보며 늘 가득 채우려 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언덕 위 사원에서 맞는 일몰, 푸씨. 시내 중심에 위치한 국립박물관 맞은편 언덕길로 300여개의 계단을 밟아 10분쯤 올라가면 해발 100m의 푸씨언덕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누구 하나 뛰는 사람이 없다. 주문한 음식도 한참이 지나야 나온다. 오히려 빨리빨리 행동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골목상점에 들어가 과일을 흥정해 보지만 사가고 싶으면 사가고 싫으면 그냥 가라는 듯 무관심이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도 이곳만큼은 신들의 휴식처로 남겨두었나 보다.

하지만 신보다 더한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던가. 인간에 의해 이곳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안식처로 기억될 루앙프라방도 오래 남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고민하는 당신께 지금 이곳으로 떠나 최고의 여유를 만끽하며 삶을 되돌아보라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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