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밖엔 못나가는 이통 3사의 불편한 진실 -김광일 부국장 겸 뉴미디어실장

입력 2014-04-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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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애플 텐센트 등 글로벌 IT메이저 빅가이들이 한국을 바라보며 늘 불편한 게 바로 엄청난 모바일 속도전이다.

나라 전체가 광대역 LTE속도를 내는 데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가이들이 다행스럽다며 쾌재를 부르는 대목이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른바 코리아 이통 3사의 멈춰버린 글로벌 행보다.

자국 시장에서만 치고받고 힘을 뺄 뿐, 글로벌 질서에는 대세 지장이 없는 스몰가이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을 보자. 불법보조금 영업과 적발, 과태료, 영업정지 악순환 고리는 몇 년째 재생 중이다.

미래부 장관, 방통위원장 등 주무부처 수장이 직접 나서 엄중 처벌하겠다, CEO를 형사고발까지 하겠다고 엄포를 놔도, 일주일이 채 못간다.

정부는 모양새가 빠질 대로 빠졌고, 이통 3사는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순진한 국민들에겐 바가지를 씌우고, 젊은 세대들은 밤 사이 불법사이트를 통해 공짜폰을 얻는, 스마트폰 소비자가격 불평등은 사실 '질서'의 문제다.

상식 같은 질서조차 잡지 못하는 정부나, 질서를 우습게 보며 하루가 멀다하고 불법영업을 자행하는 이통 3사 모두 코미디 주역들이다.

글로벌 모바일 생태계는 이제 2, 3년 후면 코리아를 추월할지도 모르는 중국의 무서운 질주 속에,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가이들이 복잡 다단한 융합서비스를 통해 대격변의 새로운 질서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근본적인 아킬레스건은 수십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그룹 규모인 3사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형 기업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3사별 연 조단위가 넘는 해외장비를 들여와 오직 내수소비형 서비스에만 골몰하고 있다.

벤처기업 게임회사들이 업체별로 연간 수천억원에서 조단위가 넘는 달러를 전세계에서 벌어들이고, 라인, 카카오톡이 글로벌 모바일채팅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이, 이통 3사는 오로지 5000만 국민들 대상으로 가입자를 ‘빼앗고, 뺏기고’를 반복하는 안쓰러운 비디오를 반복해 틀고 있다.

KT그룹의 검색서비스 파란, SK그룹의 네이트가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이통 3사의 현주소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파워풀한 망과, 그 위에 얹어 서비스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가?

이통 3사는 그 숱한 통신서비스 연관기술과 부대서비스,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벤처형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은 지가 까마득하다.

풍부한 인프라를 갖고서도 글로벌 진출은커녕, 시총 수천억원대가 넘는 사내벤처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통 3사의 상황은 모바일 생태계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어미의 등껍질을 깨고 쏟아져 나오는 거미처럼, 이통 3사는 국내 모바일 산업계가 모바일 네트워크기술이건, 콘텐츠이건, 뉴 SNS 서비스이건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벤처생태계의 용광로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통 3사는 이를 통해 사내직원이든, 벤처산업계든, 핵분열 벤처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와 기술을 갖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해외통신장비 최대 고객에 머물지 말고 글로벌로 커야 한다.

화웨이 통신장비가 깔리면 국내 이통 3사의 통신인프라 운영 헤게머니는 중국으로 넘어갈 게 뻔하다.

통신인프라는 처음 구매할 때만 이통사가 갑일 뿐, 인프라가 깔리면 갑의 파워는 곧바로 장비공급사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추세라면 불을 보듯 뻔하다.

3사 주주들은 이제 중간관리자급을 철저히 벤처형 인물들로 채워야 한다. 지금 같은 관리형으로는 파란과 네이트 같은 아까운 시체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1월 말 취임한 황창규 KT회장이 내놓은 개혁조치는 그래서 우려스럽다. △비상경영체제 선포 △6000명 명예퇴직, 구조조정단행 △외부 전문가 파격 영입 △융합서비스로 새로운 성장엔진 구축.

위 4가지 정책은 5년 전 이석채 전임 회장이 내놓은 정책이다. 황 회장이 내놓은 정책은 어찌 5년 전과 판박이처럼 똑같은가? 명퇴숫자까지 똑같다.

통신사 대주주들은 현 CEO의 벤처정신과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지금 같은 관리형 임원으로서는 주옥 같은 파란, 네이트 서비스도 도태시키는 판에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지금 이통 3사에 필요한 것은 벤처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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