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미국 연방대법원의 정치적 영향력

입력 2014-03-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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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정치학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연방 법원 체계의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친 기능을 수행한다. 대법관의 숫자는 의회가 법률로써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1869년 이래 대법원장 1인과 대법관 8인으로 고정되었다. 이들은 결원이 생길 때 대통령이 지명하며, 연방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한번 임명되면 국가적 중죄로 탄핵되지 않는 한 종신직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취급하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하급법원을 거쳐 상소된 것들이다. 미국의 연방법원들과 주법원들이 평균 일 년 동안 취급하는 사건의 수는 수천만 건에 이른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수천 건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사건은 수백 건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이르는 사건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은 국민의 기본권 관련 이슈 등 연방헌법과 관련된 것들이 차지한다. 연방대법원에 올라온 사건들은 연방대법원에서 다루어질 만한 것인가를 먼저 검토하게 된다. 이때 최소한 4명의 대법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기각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최대한 많은 사건들이 하급법원에서 취급될 수 있도록 상소 과정에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장래 다른 판결의 지침이 될 판결을 내림으로써 하위법원의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법의 해석을 통해 국가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기관이다. 즉,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판결을 통해 국가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선택을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연방헌법 해석의 ‘최종 권위’로 인정된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항상 최종적 권위로 굳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정치사를 보면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시대적 정치기류에 영향을 받아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국가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한 판결은 가치 판단과 결부된 정치 행위였다

미국의 민권운동이나 낙태문제와 관련된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 자신의 판결을 번복한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분명히 시대적 특수성 속에서 변하는 국민정서와 여론에 영향을 받아왔다. 지난날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던 일들이 코페르니쿠스적 반전에 의하여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편으로 행정부의 힘도 의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행정부가 판결된 사항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또한 의회의 반응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의회는 대법원의 법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법을 바꿔 대법원의 판결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절차적으로 용이하지는 않지만 의회는 헌법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된다.

미국 대통령과 의회는 국민들의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헌법이나 법률의 해석과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에 대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들이 의회의 공식적인 선전포고 없이 세계의 많은 전쟁에 개입한 것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의회의 전쟁선언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 대통령의 권력은 아직까지도 도전받지 않고 있다.

다른 정치기관들의 헌법 해석을 둘러싼 도전과 역할 분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판결을 통하여 부단하게 미국의 헌법을 해석하고 또 재해석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1787년 제정된 이래 227년 동안 27개의 수정조항만으로 원문이 그대로 유지되어온 미국헌법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능력은 정치기관으로서 민심에 민감한 정치 감각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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