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 통계로 알 수 없는 한국경제

입력 2014-02-25 11:18 수정 2014-02-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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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경제는 성장과 고용, 물가와 경상수지 등이 통계지표상으로는 아주 좋다. 특히 국민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실업률, 물가지수, 분배지표는 더 좋다. 2013년 실업률은 3.1%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저 수준으로 숫자만으로는 거의 완전고용 상태다. 즉 비자발적 실업은 거의 없고 일할 의사만 있다면 언제든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이렇게 충분한 데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3년 1.3%로 안정돼 있다. 일자리가 넉넉하고 물가가 안정돼 있으면 국민의 살림살이는 당연히 좋아야 한다. 여기에다 소득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13년 0.31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중간 정도다. 한국의 분배 상태는 미국, 일본에 비해 많이 좋고,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많이 사용하는 프랑스와 비슷한 정도로 양호한 것이다.

이렇게 통계지표로만 보면 한국경제와 서민의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극심한 취업전쟁, 심각한 내수위축, 심화되는 양극화로 국민의 경제적 고통은 계속 커지고 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 있는데 실업률은 낮게 나온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 간의 보상이나 발전 가능성 등의 격차가 너무 커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낮추기도 어렵다. 반대로 50~60대는 사회안전망 부족 등으로 계속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조건이 나쁜 일자리라도 취업할 수밖에 없다. 이렇기 때문에 실업률은 낮아도 자신을 실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취업난이 계속되고, 청년의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2011년까지 크게 올랐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1%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서민들의 돈 씀씀이는 더 어려워졌다. 치솟는 집세 때문이다. 전·월세 등 주택임차료는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9.3%에 불과하고, 전체 조사대상 중 조사기간에 새로 계약된 전·월세의 임차료만 변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전·월셋값이 폭등해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아주 조금만 영향을 받는 구조다. 소비자물가는 전·월세 사는 사람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리고 소득분배 상태는 더 심각하다. 한국은 지금 중산층이 붕괴되고 양극화는 점점 심화돼 국민의 분노가 터지기 직전이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의 소득분배 상태가 유럽 국가들과 비슷하다는 것은 통계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한국의 지니계수는 표본설계와 조사방식의 문제 등으로 통계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좀더 개선된 ‘신지니계수’를 2013년부터 발표하고 있으나 이의 신뢰성도 불확실한 데다 보조지표로만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실업, 물가와 부동산, 분배 등 국민경제 생활을 바로 알 수 있는 핵심 통계의 현실 설명력이 거의 없다.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왜 통계를 만드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주요 통계는 경제정책의 평가와 방향 설정에 중요한 기준지표가 된다. 또한 주식, 외환 등 금융시장은 이러한 통계가 발표되면 즉각 반응을 하고, 당연히 정치권도 많은 관심을 갖고 긴장한다. 한국은 무엇을 기준으로 경제정책을 수행하고, 금융시장이 변동될까? 또한 어떻게 집권세력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까? 부정확한 다른 대체 통계나 각자 느끼는 감으로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확충, 중산층 복원 등을 통해 국민의 살림살이를 개선시킨다는 내용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급하게 서두르는 것으로 보아 현재의 경제상황이 나쁜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2~3년 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추진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핵심 경제통계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한 각자 느끼는 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분명히 일부는 잘됐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나빠졌다고 할 것이다. 정답 없는 싸움이 볼 만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기본 인프라인 기초 통계를 제대로 만들어 현실 적합성을 높이는 작업부터 우선 해 주었으면 한다. 이것도 한국경제의 오래된 과제이고 잘못된 비정상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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