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당근토끼와 인포그래픽 -이수동 브이랩인포그래픽 연구소장

입력 2014-02-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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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읍에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다소 허름한 당근 케이크 파는 가게가 있다. 허름한 외관 덕분에 그냥 지나칠 만한 곳이지만 이곳은 전국에서 이미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이 가게 입구 옆 벽면에 그려진 당근을 손에 든 토끼 그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초부터 노부부가 인터넷을 통해 가게 홍보를 했을 리도 만무하고 대부분 다녀간 손님들이 스마트폰으로 가게 안과 밖을 찍어 소개하는데 이 당근토끼가 그 주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사람들은 케이크를 산 후에 당근토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마지막 스마트폰을 향해 세리모니를 한다.

지난 30년간의 정보 생산량과 최근 1, 2년 사이의 정보 생산량이 거의 같다고 한다. 정보량이 넘쳐나니 사람들이 보고 이해하는 절대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강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

간결하고 인상적인 글, 깊이 생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그림. 즉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이를 매력적으로 소개하고 다르게 해석하는 똑똑한 사람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일종의 ‘사운드바이트’ 효과가 필요한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고 해석하는 것’의 철학적 근원은 프랑스 데카르트 철학자에서 찾을 수 있다.

과학의 근거조차도 의심 받던 시대 그는 끊임없이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는 데 집중했다. 상식조차도 늘 의심하는 습관을 가졌다. 이러한 습관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된다.

최근 공공기관부터 자영업자까지 인포그래픽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 속에서 나오는 선택일 것이다.

인포그래픽은 함축적으로 정보를 만들어 가는 인코딩 과정이고 수학으로 보면 적분이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메시지를 본질적으로 바라보며 관계성을 파악해 이에 맞는 적합한 묘사와 서사를 하는 디코딩이란 고난의 과정을 견뎌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제주도 어느 노부부가 파는 당근케이크는 이들에겐 정보지만 ‘당근토끼’는 사람들의 뇌속에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운드바이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근토끼를 가게 벽면에 그려놓고 간 사람은 분명 데카르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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