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벽산건설

조선업계와 건설업계의 양대산맥이 무너지고 있다. STX조선해양과 벽산건설이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면서 리먼 쇼크로 인한 후유증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모양새다. 이대로 상장이 폐지될 지 회생절차에 들어갈 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5일 관련업계와 금융권, 채권단 등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추가 부실규모는 1조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날 개최한 STX조선에 대한 재실사 결과 보고회에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은 STX조선의 추가 부실 규모가 1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이 금액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작년에 실시한 실사에서 우발손실 규모인 1조8509억원이라고 밝힌 것과 비슷한 규모다. 추가 부실 규모 1조8000억원은 곧 채권단이 추가로 지원해야 하는 자금인 셈이다.
산업은행은 1조8000억원의 추가 지원과 1조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안 등이 담긴 방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다음주까지 받을 예정이다.
1조3000억원의 추가 지원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과 병행된다.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지원, 대대적 구조조정 방안이 포함된 '경영정상화 방안'을 오는 10일 관련 안건을 부의해 14일 결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추가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STX조선해양의 상장폐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 3분기 기준 STX조선해양의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조2091억 원이다. 2013년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인 3월 말까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자동 상장폐지된다.
사실상 상폐수순으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회생 방안은 존재한다. 3월말까지 채권단으로부터 자본잠식을 해결할 만큼의 신규 지원을 받으면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다. 이후 구조조정과 자구책 마련을 이행하는 것으로 상폐 상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자본잠식에 돌입한 벽산건설도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있다. 회사측은 마지막까지 상장폐지는 막기 위해 그동안 짜왔던 자구책을 이날 발표했다.
자본금이 전액잠식되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벽산건설의 대안은 인수합병(M&A) 재추진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벽산건설은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M&A를 재추진하기 위한 법원허가를 신청했다. 허가가 나오면 벽산건설은 7일까지 M&A 입찰 계획과 매각 공고를 내야한다.
내주 월요일인 10일부터 14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할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로는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벽산건설은 이달 안으로 기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3월 초까지 본계약을 체결해 상장폐지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련의 인수합병이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미 자본잠식까지 이어진 벽산건설에 대한 투자가치가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STX조선해양과 벽산건설의 자본잠식과 관련해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린 업계가 중공업과 건설이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과 벽산건설의 경우 중공업과 건설업이 서서히 경기침체의 저점을 통과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견뎌내지 못해 상폐 위기에 놓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