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헤어진 동생 볼 날만 손꼽아”

입력 2014-02-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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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상봉자 91세 김명도 옹

김명도(91) 할아버지는 1944년 봄 대학진학을 위해 황해도 포구에서 서울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사실은 공부한다는 핑계로 도망치듯이 고향을 빠져나온 것이다.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하는 성격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날이 가족과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1950년대 아내 박현수(86)씨를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아들과 손주를 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늘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할아버지는 “배도 타고 기차도 타야 하고 갈 길이 멀었다”며 “그때 내 나이 고작 21살이었는데 어머니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헤어진 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짐처럼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한에 있는 남동생 김홍도(73)씨와 만날 예정이다. 70년 만에 헤어진 동생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남북은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3년 4개월 만에 다시 열려 김 할아버지가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김 할아버지는 동생과 만나는 날짜에 동그라미를 표시한 달력을 내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7남매 중 장남인 김 할아버지는 한순간도 가족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크게 실망했었다.

“끝내 만나지 못할 거라고 체념하고 지냈어요. 작년 추석 때 드디어 형제가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적십자에서 받았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어찌나 속이 상했던지….”

김 할아버지는 동생들에게 선물할 티셔츠와 내의, 스타킹, 운동화, 손목시계 등이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열어 보이며 “이제라도 만날 수 있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라며 환한 미소를 건넸다.

북한에 있는 가족 모두와 만날 수 없는 점은 못내 아쉬워했다.

“가족 모두를 보고 싶어요. 동생에게 다른 가족들 안부를 물어보려고요. 내가 죽기 전에 통일이 되는 건 어렵겠죠. 우리 가족을 포함한 이산가족들이 앞으로 얼굴을 보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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