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 사투리 열풍, 빛과 그림자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1-27 06:5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김성균, 영화 '피 끓는 청춘'의 박보영(사진=CJ 엔터테인먼트, CJ E&M, 롯데 엔터테인먼트 )

최근 만난 배우 정우와 도희에게 지난해 화제작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사투리의 몫을 물었더니 절대적 비중이었다고 한목소리로 인정했다. 부산, 순천, 삼천포, 여수 출신의 극 중 인물이 선보인 사투리는 드라마 소재를 더욱 풍성하게 한 것은 물론 실감 나는 재미까지 안겼다. 캐릭터의 매력을 더해, 경상도 남자 쓰레기(정우)와 삼천포(김성균)의 무뚝뚝하면서도 속 깊은 면모를 표출시키고, 오지랖 넓고 털털한 나정(고아라)을 때로 안아주고 싶은 귀여운 여동생으로 보이게 한 것 역시 사투리였다. 사투리는 분명 ‘응답하라 1994’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응답하라 1994’로 촉발된 사투리 열풍은 최근 영화계까지 번지고 있다. 영화 ‘피 끓는 청춘’의 청춘스타 이종석, 박보영은 충청도 사투리,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나문희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주변부로 치부되던 사투리의 소재화는 반가운 일이다.

일례로, 서로 간 친밀한 관계로 맥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전라도 말 ‘거시기’는 공동체 문화의 특성을 엿볼수 있다. 지역 특색의 문화, 사람, 역사를 담고 있는 사투리는 생활사의 보고로서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사투리는 오만한 획일적 표준어 정책으로 인해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대중에게 세련되지 못하거나 저급한 것으로 취급돼왔다.

우리의 인식 속 편견으로 자리한 사투리는 대중매체와 대중문화를 통해 재평가된다.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는 서울 중심 문화에서 탈피하게 해주며 문화 다양성을 확대한다. 또, 대중매체와 대중문화 속 사투리는 지역의 생활문화를 복원하는 기능까지 한다. 이처럼 대중매체 속 사투리 열풍은 우리가 간과해온 사투리의 장점을 부각해준다.

한편 씁쓸함도 있다. 사투리 열풍도 좋지만 일부 매체와 대중문화에서 비춰지는 사투리는 그 자체가 지닌 온전한 고유 가치를 전달하기보다 흥미 위주의 수단으로 쓰인다. 주인공과 조연, 주류와 비주류의 직업과 배경 등에서 눈에 띄게 구분된 사투리는 이미 그 자체 내에서 서열화됐다. 치우친 틀 안에서 지역의 고정된 이미지를 사투리를 통해 재생산한 것도 우리 대중매체가 반복해온 실수다.

드라마와 영화, 개그 소재까지 그 범위와 장르를 불문하고 활용된 사투리는 이제 지역 문화의 복원이라는 큰 의미이자 지역민에 대한 자부심을 부여하는 계기로 발돋움 해야 한다. 사투리를 통해 보여주는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은 벗어던지고, 사투리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창의적 태도를 모색해야 한다. 전라도 말씨의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알콩달콩한 경상도 남자와의 따뜻한 로맨스가 과연 어려운 일일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9일부터 즉각 켠다…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싫어하는 이유 [해시태그]
  • [위기의 빈 살만] ① 네옴시티, 신기루인가...끊이지 않는 잡음
  • LTE 요금제, ‘중간’이 없다…같은 요금에 5G 6GBㆍLTE 250MB 데이터 제공
  • ‘20살’ 종부세 개편 초읽기…"양도·취득세까지 대개조 나서야" [불붙은 부동산세제 개편①]
  • 매크로 이슈 속 널뛰기하는 비트코인, 6만9000달러 선에서 등락 거듭 [Bit코인]
  • 대북 확성기 방송의 선곡은…BTS와 볼빨간 사춘기
  •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여동생이 올린 글…판결문 공개 원치 않는다
  • 엑소 첸백시 측 긴급 기자회견 "SM엔터 부당한 처사 고발"
  • 오늘의 상승종목

  • 06.10 12:46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818,000
    • +0.03%
    • 이더리움
    • 5,180,000
    • -0.15%
    • 비트코인 캐시
    • 660,000
    • +0.08%
    • 리플
    • 702
    • +0.86%
    • 솔라나
    • 224,900
    • +1.03%
    • 에이다
    • 621
    • +0.98%
    • 이오스
    • 998
    • +0.4%
    • 트론
    • 165
    • +1.85%
    • 스텔라루멘
    • 141
    • +1.44%
    • 비트코인에스브이
    • 79,400
    • -0.13%
    • 체인링크
    • 22,660
    • +0.09%
    • 샌드박스
    • 587
    • +0.8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