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먹거리 발굴, 동네 빵집에서 배워라

입력 2014-01-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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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송파구 석촌역 근처에서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동네 빵집을 우연히 발견했다. ‘빵 한 개 만드는 데 2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만들자’는 모토로 1년간 꿋꿋하게 버텨온 이 동네 빵집은 하루 매출액만 1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린 동네 빵집의 위기설이 난무한 가운데 모처럼 발견한 반가운 풍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동네 빵집 성공 사례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 같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 10년차 빵집은 남녀노소 모두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을 찾아온다. 오래전부터 만들어왔던 쌀가루 빵이 손님들에게 ‘건강빵’으로 강하게 인식됐다고 한다. 소위 잘나가는 동네 빵집이 으레 꿈꾸는 프랜차이즈를 마다한 채 한 군데라도 제대로 운영하자는 고집을 수년째 피우고 있다. ‘내 빵집’을 열기 위해 제과·제빵 연구만 20년간 해 온 사람도 있다. ‘오랜 기간 좋은 재료로 연구한 건강한 빵’으로 문을 연 그 빵집은 한 달 만에 ‘줄 서서 먹는 빵집’으로 탈바꿈했다.

한 동네에 최소 2~3개는 문을 연다는 대기업 브랜드 사이에서 용케 살아남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가지 메뉴를 팔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하물며 구멍가게 수준인 동네 빵집도 메뉴 하나 개발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이들 매출의 수백 배에 달하는 대기업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신사업 하나 시작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올해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만 봐도 알 수 있다. 10대 그룹 대부분의 총수들은 하나같이 2014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 꼭 신사업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고 조급증을 냈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상당수 그룹 총수들은 “신성장사업 영역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설익은 신사업의 결과를 내놓으라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 속에서 신먹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가 간다. ‘지금이 위기이며 시간이 없다’는 사실은 십분 공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하나의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지 않고 무작정 ‘시장 가능성’에만 의존한 채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태양광 사업이 가장 대표적 예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급한 마음에 준비기간 없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기업들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 대기업은 사업 시작 2년 만에 사업 규모를 반으로 줄이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으며 또 다른 곳은 최근 태양광 인력을 대폭 축소해 간판만 남은 상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무엇보다 제대로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자. 늦었다고 뒤처지는 게 아니며 위기일수록 뒤를 돌아보고 여유를 부려야 한다. 새 먹거리를 찾는 부분만큼은 대기업이 오히려 영세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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