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증시 들었다 놨다 하는 ‘말 한 마디’

입력 2014-01-08 10:5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랑하는 남녀는 ‘말 한 마디’에 상처를 입고 ‘말 한 마디’에 행복을 느낀다. 심지어 고려시대에 서희는 ‘말 한 마디’로 전쟁을 끝내고 수많은 병사를 살렸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고가는 금융시장에서는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합리적이어야 하고 근거가 있어야 움직일 것 같은 이 시장도 간혹 아니 자주 ‘말 한 마디’에 요동친다.

EU와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하자 달러는 휴지가 될 것이라며 금이 순식간에 황금으로 변했다. 많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나타난 것이라고 하지만 하나둘 터져 나온 ‘말 한 마디’들은 촉매제 역할을 했다.

나름 여러 근거를 제시하면서 금 투자를 외치던, 또는 달러 휴지론을 주장하던 전문가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현재 금 투자에 뒤늦게 들어간 많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최근에는 우원개발이 김황식 전 총리 관련주라는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급등세를 연출했다. 정작 당사자인 우원개발은 “왜 관련주냐”고 반문하며 되레 궁금해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비트코인 열풍이 광풍으로까지 불리며 휘몰아친 지 이제 한 달여가 지났다.

사실 비트코인 광풍은 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이 “위험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망하며,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크다”는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거래소에서는 해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보다 높은 시세로 거래가 이뤄졌다. 이같은 광풍은 주식시장으로도 몰아쳤다.

일부 상장사들 중 비트코인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관심있다는 '말 한 마디'에 해당 상장사 주가가 요동쳤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르던 때인 1년 전부터 비트코인 관련 TF팀을 구성해 사업 검토를 했던 갤럭시아컴즈는 이미 비트코인 전자지갑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말 한 마디’에 급등하던 갤럭시아컴즈는 비트코인 사업에 현재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말 한 마디’에 다시 급락했다.

갤럭시아컴즈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관련 기술은 비트코인 전자지갑으로 시장이 활성화돼 수요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 비트코인 전자지갑 수요는 미비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갤럭시아컴즈는 현재 관련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버냉키 연준의장의 말 한 마디에서 촉발된 비트코인 광풍은 이렇게 ‘말 한 마디’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하겠다는‘말 한 마디’에 이어 각국 중앙은행이 경고에 나서자 또 다시 폭락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다시 반등해 1000달러를 회복했다.

동양건설도 ‘말 한마디’에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국내 업체와 해외업체 등 3개 업체가 인수 타진을 해와 접촉 중 이라는 소식에 상한가를 가더니 다음 날 인수에 관심을 표한 곳들은 있으나 자금을 제대로 갖춘 인수자의 접촉이 없다는 ‘말 한마디’에 급락했다.

3개 업체가 인수타진을 해 접촉 중이라는 것과 인수에 관심을 표한 곳들은 있다는 말은 같다.

그런데 자금을 제대로 갖춘 인수자의 접촉이 없다는 것과 인수타진을 해 접촉 중이라는 앞뒤 맞지 않는 ‘말 한마디’는 다시 주가를 곤두박질 치게 만들었다.

논어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말이 나온다. 직역하면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소문은 빨리 퍼지므로 말 조심을 하라는 의미이자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강조한 구절이다.

적어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더 그렇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때문에 선량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인건비부터 골재까지 “안 오른 게 없네”…공사비 상승에 공공·민간 모두 ‘삐그덕’[치솟은 건설원가, 공사비 고공행진 언제까지?①]
  • ‘尹 명예훼손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증거인멸·도망 우려”
  • 전국 30도 안팎 넘는 더위…'호우경보' 제주는 오후부터 차차 그쳐
  • 반복되는 ‘어지럼증’ 이유가? [e건강~쏙]
  • 생존 걸린 리스크 관리...은행들 계획표보다 빠른 준비[내부통제 태풍]
  • “초코파이, 제사상에 올리기도”...베트남 조상님도 찾는 한국의 맛 [해외 입맛 홀린 K푸드]
  • 맥도날드서 당분간 감자튀김 못 먹는다…“공급망 이슈”
  • 임영웅, 솔로 가수 최초로 멜론 100억 스트리밍 달성…'다이아 클럽' 입성
  • 오늘의 상승종목

  • 06.21 10:08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831,000
    • +0.01%
    • 이더리움
    • 4,966,000
    • -1.08%
    • 비트코인 캐시
    • 549,500
    • -0.81%
    • 리플
    • 692
    • -0.72%
    • 솔라나
    • 188,900
    • -0.74%
    • 에이다
    • 543
    • -0.37%
    • 이오스
    • 811
    • +0.75%
    • 트론
    • 165
    • +1.23%
    • 스텔라루멘
    • 132
    • -0.75%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650
    • -0.24%
    • 체인링크
    • 20,080
    • -0.69%
    • 샌드박스
    • 471
    • +2.1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