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지 않았던’ 에일리,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1-0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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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가수 에일리(사진 = KBS 2TV)

가수 에일리가 무대 위에서 눈물을 보였다. 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에일리였다. 그녀가 부른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슬픈 노래였기 때문에, 분위기에 취해 울컥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방청석에 있던 관객들과 대기실에 있던 MC, 게스트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일련의 사건을 떠올렸다.

눈물을 펑펑 흘린 것도 아니었고, 감정에 복받쳐 무대의 완성도를 저해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객석은 숙연해졌다. 지난해 11월 11일 갑작스런 누드사진 유출 이후 누구보다 힘들었을 에일리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에일리는 담담했다. 세간의 시선은 에일리에게 집중됐고, 가수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힘든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는 해외 스케줄, 연말 가요대전 무대 등을 이상 없이 소화했다.

무대 뒤에서는 수없이 울고 힘들었을 에일리였다. 그래서 이날 그녀가 글썽인 눈물이 심금을 울린다. 무대가 끝난 후 정재형은 “이건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뭔가 얘기 안 해도 온전히 가사 속에 녹여낸 것 같아서...”라며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문희준은 “감정이 확 와닿는다. 힘든 일을 겪은 상태에서 남자든 여자든 아무 일없듯이 다시 무대에 서야 하는 것이 가수이다.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울고 싶지 않아. 다시 웃고 싶어졌지. 다시 울고 싶어지면 나는 그대를 생각하며, 지난 추억에 빠져있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부른 명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는 이날 에일리의 상황에 오롯이 접목됐다. 노래와 가수는 절묘하게 일치하며 가사의 현실반영을 극대화시켰고, 무대 말미 감정이 울컥한 에일리의 모습에 보는 이들은 공감했다. 평소 기발한 편곡과 반전을 오가는 극 구성으로 유명한 ‘불후의 명곡’이었지만 에일리는 감정전달 하나 만으로 화려한 구성을 잊게 만들었다.

▲'불후의 명곡' 가수 에일리(사진 = KBS 2TV)

에일리는 무대가 끝난 후 종종걸음으로 무대를 내려오며 “망했어. 갑자기 울컥 했어”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녀의 무대는 망하지 않았다. 진심은 통했다. 에일리는 365표를 얻어 라이벌로 지정된 씨스타의 효린을 제치고 1승을 차지했다. 스스로를 추스르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힘들었던 마음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13일 낮 12시께, 누드사진 유출 후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에일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모자를 눌러쓴 채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에일리는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에일리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팬들과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 앞에 발가벗겨진 채 내던져진 기분이었겠지만 그녀는 웃었다.

저급하고 무의미한 동기로 낱낱이 공개된 한 여성의 사생활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에일리의 몸에 꽂혔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노래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삐에로, 에일리는 그 누구보다 철저히 삐에로가 되어 팬들 앞에 섰다.

에일리가 보여준 과거의 미소와 작금의 눈물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연예인들의 고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무분별하게 파헤쳐지는 연예인의 사생활과 그 인권에 대해 다시금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준다.

두 달여 남짓, 참고 참은 에일리의 눈물은 무대 위에서 그 어떤 눈물보다 진하게 표출됐다. 그녀의 눈물이 유독 슬프고, 우리를 숙연하게 했던 이유는 그 아픔이 단순히 에일리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무의식적인 공감대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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