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해운 지키려 ‘금융’ 포기… SPC 통해 3조3000억 조달

입력 2013-12-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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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수 둔 현정은 회장 ‘눈물의 자구안’ 배경은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 등 금융 3사 매각을 통한 ‘금융업 포기’라는 초강수를 뒀다. 금융사업 전면 철수를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통해 유동성 해소는 물론 그룹 역량을 해운, 물류, 대북사업, 산업기계 등 4개 부문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22일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와 반얀트리호텔 매각,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3조3000억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현대그룹이 이 같은 자구안을 발표한 것은 주력 계열사의 지속적 실적 부진과 대내외적 악재로 인한 자금난으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조3000억원 어떻게 마련하나=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7000억~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매각 방식은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금융계열사 자산을 이전시키는 것으로, 세부 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할 방침이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 구조를 조정해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한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도 4800억원에 매각한다. 여기에는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소재 부동산과 보유 유가증권도 포함된다. 더불어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해 총 3400억원 이상을 조달키로 했다.

자본 확충 노력도 계속된다.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해 3200억원 이상을 마련한다.

현대그룹이 이 같은 자구책을 긴급하게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글로벌 경기악화로 인한 장기적 해운업 침체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1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08년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약 60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입는 등 크고 작은 손실과 부채가 발생해 유동성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그룹은 긴급히 마련한 자구안을 통해 확보된 유동성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금융업 포기’ 초강수 배경은= 현대증권 매각 결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금융계열 3사는 꾸준하게 수익을 내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1997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증권(당시 국일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처음 뛰어든 만큼 현대그룹 내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 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에 따른 채권단의 압박 외에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현대상선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맺은 파생상품 계약 손실액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3사 매각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까지 현금 보유액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그룹으로서는 핵심사업의 한 축인 금융부문을 매각하는 고통이 있지만 이번 자구계획으로 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함께 핵심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지속 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현 회장의 금융업 포기 자구안에 대해 유동성 해소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이끌어냈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 상황이 변수가 많은 만큼 적절한 매각 시기와 그룹 측이 원하는 제값을 받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대북사업 이어간다… 해운·물류도 집중= 그룹은 내부 구조조정도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부문이 철수하게 되면 현대그룹은 해운(현대상선), 산업기계(현대엘리베이터), 육상물류(현대로지스틱스), 대북사업(현대아산) 등 4가지 사업부문으로 재편된다. 그룹 측은 “외형은 줄어들었지만 주요 사업에 집중하며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꼐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및 업무개선을 추진하고 현대아산 등 다른 계열사도 구조조정을 실행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내년에는 기존의 내부 운영 효율성 향상과 더불어 글로벌 컨설팅을 통한 영업손익 개선과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실행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 연합체인 ‘G6 얼라이언스’를 통해 적취량 증대, 용선료 절감, 저속운항, 선박연료 효율성 향상 등 비용 구조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현대그룹은 더욱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향후 현대그룹은 금융권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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