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버나드 쇼의 사회적응 지침서- 문진영 KCC 목포영업소 사원

입력 2013-12-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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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에게 세상을 묻다’는 셰익스피어 이래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버나드 쇼가 88세가 되던 1944년에 자신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말년의 작품이다. 쇼는 저술의 목적을 “무지한 노인네가 그동안 공부하고 일평생 세상 사람들과 부딪히고 냉엄한 현실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알게 된 기초적인 사회 정학을 그것조차 모르는 더 무지한 사람들과 나누려는 시도”라고 밝히고 있다. 버나드 쇼의 모든 철학을 녹여 낸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2014년을 맞을 준비를 해 보는 건 어떨까?

악마는 노동을 게을리 하는 자에게 해코지한다

우선, ‘사회 정학’이란 사회 현상을 공시적으로 분석하여 사회 구조와 사회 질서의 구성 원리를 밝히는 학문으로 사회학의 한 분야라는 걸 먼저 알아 두자. 그런 만큼, 버나드 쇼는 이 책에서 인류 문명을 크게 경제, 정치, 과학, 교육, 종교로 나누고 평생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을 밝히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특징지어지는 일종의 ‘현대 사회 적응 지침서’인 셈이다. 쇼는 교육, 직업, 예술, 건축, 전쟁 등에 대한 화제를 종횡무진 늘어놓는다.

이런 다양한 화제 중에 여기서는 버나드 쇼의 교육관과 직업관을 한번 엿보자. 쇼는 우리에게 현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평가답게 그가 독자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선택한 것은 따뜻한 충고가 아닌 다소 냉소적인 독설이다. 아래 문장은 마치 고등 교육을 마치고도 구직을 하지 않는 현시대 ‘취업 포기자들’을 포함하여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어중간하게 배운 사람들 대부분은 부자가 될 만큼 비범한 돈벌이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노동 계급에도 속하지 않고 그렇다고 유한 계급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모습 그대로 가난하고 과시적이며 조직되지 못한 상태로 남는다. 따라서 그들의 혼인 기회는 몹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배움도 어중간하고 혈통도 어중간한 사람들이다”

그는 경제생활과 동떨어진 지나친 교육이 노동자로서, 나아가 인간으로서 자기완성을 방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쇼의 생각은 “‘악마는 노동을 게을리하는 자에게 해코지한다’는 격언이 ‘자질이나 재능을 썩히고 있는 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라는 문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또한 쇼는 라 로슈푸코만큼이나 인간 본성에 대한 풍자도 서슴지 않는다. 블루칼라 직업을 기피하는 풍조는 20세기 중반 영국이나 21세기 초 한국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쇼는 자기 자식에게 화이트칼라 직업만 고수하는 부모들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비꼰다.

“런던에서 사무원이 주당 15실링을 벌 때 숙련된 기술자는 2파운드의 수입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식을 석공, 목수, 설비 기술자 대신에 사무원으로 키우려고 했다. 검은 코트, 풀 먹인 옷깃, 두껍고 질긴 작업복, 코듀로이 바지, 끌, 톱, 해머보다 더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가 독자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해학만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모든 염세주의와 비관주의는 인류의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론을 내린 데서 생겨난 망상”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글을 전개해 나간다. 그는 맹목적인 긍정적 사고보다는 현실적인 비판적 사고가 변화와 행복을 이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잠언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버나드 쇼이다.

책은 다소 작은 듯하나 만만한 두께는 아니다. 더욱이 번역이 어려워 출간 후 70년이 다 되어서야 국내에 소개되었다는 사실은 내용의 복잡함을 방증해 준다. 다행히 책에서는 ‘비평가들에게’를 시작으로 33페이지에 걸쳐 경제, 정치, 종교에 관한 요약본을 제공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글을 마치며’까지 읽고서 감을 잡았다면 책의 서두로 가 보자.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볼드체로 강조된 문장들이 보인다. 우선 이 문장들만 훑어보아도 책에 관한 개괄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는 책의 구성과 무관하게 관심사에 따라 읽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2013년 마지막 달, 쇼에게 세상을 한번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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