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투자증권이 주문 실수 한번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주식시장 개장 57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한국거래소에 착오거래였다며 곧바로 구제 신청을 냈지만 거래 상대방과의 합의 실패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컴퓨터의 이자율 설정 오류에서 비롯됐다. 이자율 계산 항목이 ‘잔존일수/365’로 입력돼야 하는데 ‘잔존일수/0’로 잘못 찍힌 것이다. 알고리즘 오류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많게는 수십만건에 달하는 파생상품 주문을 알고리즘을 통해 낸다. 초고속 직접주문전용선(DMA)으로 계약이 순식간에 체결되기 때문에 알고리즘 오류로 나간 주문 실수는 쉽게 돌이킬 수 없다. 실제 지난 1월 홍콩계 헤지펀드 이클립스퓨처스는 KB투자증권을 통해 코스피200선물 주문을 내다 실수를 범해 200억원대 손실을 입었고 지난 6월 KTB투자증권의 코스피200선물 주문 실수도 알고리즘 매매 오류에서 비롯됐다.
파생상품의 경우 매매단위가 크기 때문에 중소형사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최근 일부 중소형사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으로 무리하게 파생상품 매매에 나서고 있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매매가 잦다 보니 그만큼 실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용 부담으로 자체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이 ‘알고리즘 위험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킬 스위치(일괄취소기능) 장치를 심어놨지만 이번 ‘한맥 사태’처럼 일단 계약이 계결돼버리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제2의 한맥투자증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필터링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고 자본잠식 증권사에 대한 주문 자격 및 한도제한 등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