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보조 작물에서 중심 작물로 … 잡곡의 변신

입력 2013-12-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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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19

웰빙 열풍이 불면서, 다이어트에 좋고 유효성분이 많이 포함된 잡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잡곡의 뛰어난 생리활성 기능이 계속 밝혀짐에 따라 몸에 좋은 기능성 작물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잡곡이 더 이상 쌀의 부가적인 작물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 잡으며 비상할 준비가 된 것이다.

본 ‘친환경 잡곡 소득화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적극 반영해 잡곡의 소득화를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뛰어난 품질의 종자를 보급하고 다양하고 효율적인 재배기술을 연구해 농가로 하여금 생산성과 품질, 인건비 절감, 소득증대로 이어지게 하는 연구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신품종 보급과 생력재배로 잡곡을 화성화 시켜라

“친환경, 건강, 웰빙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잡곡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을 간파하고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지역에 맞는 품종을 선정해 보급하고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다면, 경사지가 많고 토질이 비옥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소득 작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습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임상현 연구관이 설명하는 현장접목 연구사업의 배경이다. 잡곡이 주요한 소득원으로 자리 잡게 만들기 위해서, 우선 지역의 재배 환경과 농가의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 잡곡별 품종을 선정했다. 그 다음 각 품종에 적합한 최적의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품종과 재배기술은 잡곡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선행 조건이었다.

잡곡이 장기적인 농가 소득원이 되기 위해서는 원가를 낮추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 게 필수다. 본 사업을 추진한 연구진은 그 해법을 ‘생력재배’에서 찾았다. 생력재배란 기계 파종, 콤바인 수확으로 작물 재배 전 과정을 규모화, 기계화하는 것을 말한다. 생력재배가 정착되려면 기계화에 적합한 품종과 대규모 경지, 숙련된 인력 등이 필요하다.

▲품종은 지역에 맞게, 농기계는 개량 후 사용

농촌에 보급된 대부분의 콤바인과 트렉터는 벼농사를 위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잡곡의 기계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 한다. 본 사업의 연구진은 농기계를 밭작물에 맞게 개량하고 조정하는 작업을 통해 잡곡의 기계화를 추진했고, 대상 농가도 기존에 농기계를 활용해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를 대상으로 삼았다.

논에서 청보리를 재배하는 전북 고창 지역 농가는 기존의 청보리와 함께 조와 기장을 함께 재배했다. 워낙 생력재배 경험이 많아서 콤바인과 트랙터 개량도 이내 진행됐다.

강원도 영월 지역 농가는 일반 품종에 비해 생산량이 높고 품질이 뛰어난 콩 품종 ‘백태’와 수수 품종 ‘황금수수’를 선택해 생력재배를 진행했다. 실제 생산에서 우수한 소출과 품질을 확인한 후, 주변 농가들의 관심을 유도해 재배면적을 확대시켜 나갔다.

이미 친환경 녹두재배를 진행하고 있는 전남 진도지역 농가들은 알이 일시에 성숙해 한 번에 수확할 수 있는 다현녹두 재배를 시작했다. 다현녹두는 생력재배에 제격이다. 7월 하순에 기계 파종해 10월 하순에 범용콤바인으로 수확하면 효율적이다. 일찍 수확하려는 농가에게는 수확 예정 3일 전에 7%의 염수를 살포하는 노하우를 전수해 후작물 파종을 가능하게 했다.

경북 의령 농가에는 신품종 팥과 친환경 팥을 보급하고, 단지화를 시도했다.

▲신기술 적용 어려움 극복하고 풍성한 수확으로

전남 진도군 김남용 농가는 10만여 평의 녹두밭 중 1만1천여 평을 녹두 종자 확보를 위해 현장접목 기술을 도입했다. 동시에 작목반도 1만3천여 평에 종자용 녹두를 재배했다. 녹두를 경작 경험이 많은 김남용 농가는 22명 작목반 회원들과 함께 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2년에는 태풍으로 인해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새로운 기술에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듬해 풍성한 수확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강원도 영월군 승당영농조합법인(유영조 대표)는 백태와 수수 현장접목 기술 연구사업을 통해 품질향상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확인했다. 현장접목을 위해 백태와 수수 각 1ha씩 재배하고 있다. 특히 청아태의 경우 품종의 차별성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장점이 있어 인근 농가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있다. 승당영농조합법인은 인근 지역 농가들의 잡곡을 계약 재배하도록 해 판매를 대행하고 있기도 하다.

▲기계화 생력재배로 노동력 감소

맞춤 품종 보급과 대량생산을 위한 생력재배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소중한 성과를 이루었다.

친환경 다현녹두 재배는 수익성과 경제성이 높아 향후 농가들의 주요한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이전에 인력에서 기계화를 통한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인건비를 대폭 줄였다. 현장접목 이전에 20명을 하던 작업을 한 사람이 해도 충분하다. 또한 3~4기작이 가능해 생산성 향상과 수익증대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기존 품종에 비해 평당 단가도 높아져 시장성 확보의 희망이 가시화되었다.

콩 신품종 백태는 다른 품종에 비해 품질이 좋고 생산량이 많았다. 국산 친환경 잡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이전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승당영농조합법인은 백태와 수수를 주변 농가에게 보급하고 인근 농가와의 계약재배와 잡곡의 가공, 유통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계약재배 농가들과 협력해 재배규모를 확대하고 주변 농가들에게 우수 품종을 알리는데 거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잠재적 수요 증가, 이용 분야 점차 확대

건강을 지향하는 식문화의 확산과 고령층의 증가로 잡곡의 잠재적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쌀과의 혼합용 수준에서 벗어나 고급 과자 및 빵, 전통주, 음료 등과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이용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다만 고부가가치 잡곡이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생산 유통의 일원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수입 잡곡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유통구조를 좀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장접목에 참여한 농가들은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향후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김남용 농가는 진도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선정, 도입하는 한편 기계화를 통해 녹두의 대량생산과 농가소득 증대를 앞당길 계획이다. 현장접목 기술의 내실을 다져 인건비 감축과 생산성 향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백태와 수수를 주로 재배하는 강원도 영월의 승당영농조합법인은 기존 법인에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가들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이뤄 재배면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수수의 경우에는 연구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종자 개량과 함께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승당영농조합법인은 잡곡시장의 활성화와 경쟁력을 강화하는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친환경 잡곡 소득화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강원도농업기술원 임상현 연구관(033-248-6051)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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