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길거리에서 우연히 저와 같은 이주여성들을 만났어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라고 인사를 나눈 것이 모임의 계기가 됐죠."
태국 출신 결혼 이주여성 스리랏 드라폰(44)씨가 속한 결혼 이주여성 모임에는 페루·대만·태국·일본·필리핀·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여성들이 속해 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요양원을 찾아 각국의 춤을 보여 주고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기도 한다. 또 매주 한 번 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에게 각국의 문화를 소개한다. 모두 무료 봉사다.
드라폰씨는 2009년부터 다문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요청이 들어오면 어디든 찾아가 태국의 문화를 소개한다.
그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서 태국 문화를 소개할 때마다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 다음 시간 어떤 것을 소개할지 서로 의논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라며 환한 웃음을 건넸다.
한국에 온 지 12년차인 그는 2010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한국 아줌마’가 됐다. 버스기사인 남편과 11살, 7살 난 두 자녀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지만, 이제는 한국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돈은 벌지 못하지만 태국 문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 음식도 맛있고, 그동안 만난 사람들도 친절해요. 날씨도 좋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요.”
처음 한국으로 시집왔을 때는 힘든 시기도 있었다. “한국인들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가난해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시당한 적이 많아요. 지금도 그런 생각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인도 과거에 미국 같은 곳에서 같은 경험을 했을 텐데….”
그는 결혼 이주여성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라폰씨는 “이주여성들이 돈보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아 간다면 한국인들의 생각도 변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아직 한국말을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그는 “언어는 태국 반, 한국 반이지만, 먹는 음식과 생활은 100% 한국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동남아에서 온 여성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