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과자로 다시 태어나다 …우리 농산물 우리 밀

입력 2013-12-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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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16

우리나라 제2의 식량인 밀은 양면성을 띠고 있다. 부정적인 면은 국산 밀의 자급율이 3%를 밑돈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생산기반이 취약하다. 밝은 측면은 우리 밀 재배면적이 점차 늘어나고 수입 밀과의 가격 차이도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최근 중장기적으로 국산 밀의 자급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과자용 밀 생산 수익을 위한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우리 밀을 활성화시키려는 시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과자용 밀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해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과제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이런 막중한 책무를 안고 2012년 현장접목 연구사업의 첫발을 내딛었다.

▲우리 밀의 자급율을 높여라

금강밀과 고소밀은 과자용으로는 맞춤형 품종이다. 금강밀을 원료로 한 호두과자와 수입밀로 만든 호두과자의 품질 특성을 비교한 결과 색도, 물성 등 전체적인 품질평가에서 약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밀은 수입산에 비해 단백질 함량과 글루텐 함량이 낮아 깨짐성이 좋고 씹히는 맛이 우수해 과자용으로 손색이 없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이미 보급된 금강밀과 고소밀을 과자용 원료로 선택했다. 문제는 수입 밀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국 수확량을 늘리고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품종에 맞는 재배기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파종시기, 비료시비량, 복토작업, 잡초방제 등 최적의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생산비를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는 대규모 생산단지의 조성과 쌀과 같은 기계화 생산 방식이 있다. 연구진은 각 지역의 재배환경과 농가의 기술수준을 조사한 후 거점단지를 마련해 생산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장접목 대상지역인 전북 전주와 충남 천안은 주산단지를 잘 활용할 수 있어 주변 농가로의 기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식량과학원 이춘기 연구관은 “가공업체와 판매업체가 우리 밀을 많이 이용하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현장접목의 종착지는 생산농가와 가공업체, 판매업체의 수익증대에 있다”고 말한다.

▲결론은 생산농가, 가공업체, 판매업체의 수익증대

생산은 물론 가공제품 개발과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른 것이 현장접목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과자용 밀 생산기반의 안정적인 구축은 생산 단계별 주체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농가와 가공업체, 판매업체가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생산농가에는 과자용 원료인 고소밀과 함께 적정 재배기술이 보급되었다. 현장접목 첫해에는 우선 종묘생산을 목적으로 재배지 일부에 파종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재배기술에 따라 파종과 시비, 수확, 저장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품종에 비해 수확량과 수익성이 향상될 수 있다.

여러 농가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에게는 금강밀 재배와 동시에 가공제품 개발을 접목시켰다. 재배기술은 파종시기와 비료시비량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금강밀은 수입산이나 다른 가공용 밀보다 물성이 뛰어나 영농조합법인에서 만들고자 하는 호두과자와 기타 가공제품에 제격이었다.

우리 밀의 생산 못지않게 가공과 판매도 중요하다. 가공과 판매를 병행하는 제과업체에게는 고소밀로 만드는 다양한 가공제품 연구개발에 집중시켰다. 가공제품 원료는 지역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재배농가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제과업체는 안정적인 원료수급이 가능한 체제를 갖춘 것이다.

▲생산과 유통, 가공과 판매에 맞춰 역할 분담

금강밀 생산과 가공제품 개발을 맡은 천안우리밀영농조합법인은 이종민 대표를 비롯해 모두 18곳의 농가로 구성되어 있다. 농가들이 현장접목 기술에 따라 밀을 생산하고, 천안우리밀영농조합이 생산된 밀을 일괄 수매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밀 생산과 함께 우리밀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제품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농조합법인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에 금강밀 생산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료는 밀가루와 가공제품으로 나누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 밀을 사용하고 있는 제과점이나 식당, 가공업체에서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가공제품으로 호두과자와 국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가공제품도 생산예정입니다. ‘천안우리밀축제’와 같은 행사를 개최해 판촉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밀 제조․가공업체인 ㈜강동오케익은 연구진과 함께 과자, 쿠키, 케익 등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을 시도했다. 그 결과 우리밀로 만든 전통 전병세트, 우리밀빵(초코파이, 아몬드 붓세)등을 직접 판매하고 있으며, 고소밀로 만든 우리밀소리, 은밀한유혹 등을 개발중에 있다. 전북 전주 이준성 농가는 현장접목 기술에 맞춰 고소밀을 재배하고 있다. 기존 품종에 비해 수확량이 많고 희소성이 있어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있으며 주변농가로의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농가는 생산기반 마련, 업체는 원활한 원료 수급

현장접목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 밀의 재배에서부터 판매까지, 일원화된 생산체계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재배농가는 안정적인 생산기반이 마련되었고,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는 원료의 수급이 원활해졌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우리 밀의 우수성과 상품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국산 품종을 통해 얻은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고소밀은 기존에 품종에 비해 수확량이 늘어나 10% 가까운 수익성 증가를 이루었다. 다른 품종에 비해 재배기간이 짧아 2모작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금강밀은 가공제품의 선호도 증가에 따라 생산농가와 가공업체 모두에게 수익을 안겨주었다.

천안우리밀영농조합법인은 2013년 6월 수확을 앞두고 천안옛날호두과자에 연간 250톤(4억6천만 원)을 공급하는 협약을 맺었다. 친환경 우리 밀을 안정적으로 재배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천안우리밀영농조합법인은 현장접목을 통해 제조업체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강동오케익은 우리 쌀 위주의 상품구성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제품을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과자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어 저렴하고 품질 좋은 가공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국내산 로컬푸드 산업에 대한 기대감 상승

국산 농산물의 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밀이다. 1984년 밀 수입 자유화 이후 국산 자급율이 한때 0.4%까지 떨어졌다. 당시 국산 밀은 외국산에 비해 최대 4배까지 가격 차이가 나 경쟁력을 잃었다. 최근 우리 밀 가격 경쟁력이 2배 이하로 좁혀지면서 국내산 로컬푸드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우리 밀은 수입산에 비해 아토피나 소화력 등에서 우수성을 입증하면서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가을에 파종해 겨울에 자라기 때문에 병충해를 막기 위해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수입이나 운송과정에서 방부처리를 하는 수입 밀과는 차별성이 있다.

우리 밀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현장접목의 중요성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우리 밀의 높은 성장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우리 밀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구축과 재배규모 확대를 위해 하나의 디딤돌을 놓았다. 가공분야에서는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는 다음 단계를 넘어가야 한다. 우선 재배면적을 확대해 대규모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급용 종자와 재배지 확보, 장비 기계화 등이 필요하다. 대규모 생산은 원가를 낮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의 식욕을 자극하는 가공제품의 개발과 판매는 우리 밀의 전체 시장규모를 확대시킬 기폭제다.

과자용 밀 생산 수익모델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식량과학원 이춘기 연구관(063-840-2251)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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