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프리미엄 시장을 리드하다…유기농 유자

입력 2013-12-02 11: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③

남해안지역 특산물인 유자는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원물 상태보다 유자차와 같은 가공식품으로 훨씬 더 많이 소비된다.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품목 중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유기농 유자는 프리미엄급 시장 창출을 앞당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기농 유자와 가공식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만들면 팔리는’ 제품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된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유기농 유자의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농가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유자의 고급화로 농가 소득 향상 실현

전남지역 유자식품은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역전략식품육성 공모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 3년 간 50억 원을 지원받았다. 유자식품을 활성화하고 지역 전략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한 것이다.

전남 고흥군을 비롯해 여수, 완도, 진도 등은 전국 유자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지역의 유자 재배면적은 2012년 기준 995ha이다. 이중 유기농 유자 재배면적은 34ha에 불과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김은식 연구사는 현장접목 이전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2년 초까지 유기농 재배기술이 농가에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유기농 기술의 보급과 재배면적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전남의 특화품목이자 전략상품인 유자의 고급화와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유기농 재배는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유자는 2011년 한 해 동안 1만3천 톤, 4천만 불에 달하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국내 유자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산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와 함께 가공품의 90%를 차지하는 유자차의 가공기술 개발과 마케팅전략 수립이 요구됐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먼저 ‘유자 유기재배 종합기술 매뉴얼’을 마련했다. 그 다음 유자 주산단지인 고흥지역의 농가들을 대상으로 1ha 규모의 재배지를 활용해 기술 현장접목에 들어갔다. 재배농가 교육과 현지 기술지원을 중점적으로 실시해 유자 유기재배 기술의 조기 정착에 심혈을 기울였다. 유자차 가공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지방자치단체(농업기술센터), 지역 가공업체 등과 협력해 진행했다.

◆성공의 관건, 유기농 재배기술

유자 고급화 성공의 관건은 유기농 재배기술의 성공적인 농가 접목에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을 보급했다. 대상 농가들은 연구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수십 년의 경험과 수준 높은 재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선정했다.

현장에 적용된 핵심 재배기술은 녹비작물로 헤어리베치와 호밀을 파종해 유자에 필요한 질소질 중 78% 가량의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것이다. 또한 적정 가지 수 유지와 도장지 발생에 의한 양분소모 방지, 적과에 의한 적정 착과관리, 병해충의 친환경적 방제로 상품과율 향상 등 종합적인 기술이 보급되었다. 그동안 농가들의 골칫거리였던 월동 이후의 병충해 관리와 생육기 병충해 방제기술도 현장에 적용시켰다.

유기농 유자재배는 일반 유자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은 유기농 유자가 일반 유자에 비해 훨씬 높다. 연구진은 이런 장점을 농가들에게 인식시켰다.

유자 가공식품 개발은 1, 2차 년도로 나누어 진행했다. 2012년에는 가공업체에게 설탕 대체물질 연구와 제품의 안정성, 저장성 개선에 대한 기술을 보급했고, 2013년에는 유자와 지역 농산품을 활용한 혼합음료 개발에 나섰다. 유자를 활용한 제품의 상품화와 디자인 개발은 가공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새롭게 발생하는 유자 병충해 방지에 초점

전남 고흥의 박태화 농가와 임영숙 농가<사진>는 전남도농업기술원이 제시한 ‘유자 유기재배 종합기술 매뉴얼’에 따라 재배에 들어갔다. 봄부터 유기질 비료 보충으로 토양관리를 시작했고 녹비작물 파종, 열매솎기, 병충해 관리 등을 수행했다.

유기농 비료로 병충해를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후변화와 재배환경에 따라 새로운 병충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방제기술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농가들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유기질 비료를 1년 2~3회 살포해 병충해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전남 고흥군 유기농유자생산단체 회장인 임영숙 농가는 유기농 재배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상품을 선호하는 유자시장의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농가가 경쟁력을 갖추고 고소득을 올리려면 소비 트렌드를 따라 잡아야 합니다. 앞으로는 유자의 품질에 따라 농가의 소득이 달라질 것입니다.”

박태화 농가는 유기농 재배를 수익성 향상의 계기로 삼았다. 항상 연구진과 정보를 교환하며 재배기술 적용과정을 꼼꼼하게 진단했다. 2012년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다른 농가에 비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연구진과의 소통과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였다.

◆유기농 유자 고가 판매처 확보가 가장 큰 성과

유자 재배농가에게 현장접목기술은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농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 맞게 발전시키면서 생산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보통 유기농으로 유자를 재배하면 시장상품 확보비율이 50%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농가들은 앞서가는 접목기술을 도입한 후 병충해 피해 및 소과 생산 감소 등을 통해 상품성을 80% 이상까지 높였다. 생산량도 이전보다 10% 이상 높아져 실질적인 소득향상을 이룰 수 있었다.

이전부터 유기농 재배 경험을 갖고 있는 임영숙 농가는 기존 유기농 재배농가와 비교해 상품성은 20%, 생산량은 30%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녹비작물 파종, 전정을 통한 통풍 및 햇빛 관리 등 재배 매뉴얼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다. 박태화 농가는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상품성은 10%, 생산량은 20% 정도 향상됐다.

고흥지역의 일반 유자는 2012년에 kg당 2천원 내외에 거래되었다. 반면 유기농 유자는 kg당 3,500원에 판매되어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렸다. 여기에 노동력 절감효과까지 감안하면 수익성은 더 높아졌다. 상품성이 높은 유기농 재배는 선별과정에서 불필요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다. 임영숙 씨는 “직접 판매로 30%, 나머지 물량은 전부 가공업체에 납품해 판매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자 성과”이라고 말했다.

◆내수 시장 호응도와 수출 전망 모두 ‘맑음’

유자를 지역특산물로 육성하고 있는 전남은 생산에서 수출까지 유기적인 체제를 갖춰 놓고 있다. 유자 생산단체와 가공업체가 출자해 만든 ‘유자식품클러스터(주)’는 친환경 유자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공 산업의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도내 식품산업연구센터와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고흥군농업기술센터는 가공업체와 유자차를 개발한데 이어 혼합음료 개발에 성공했다. 에덴식품영농조합법인에 가공기술을 보급한 후 유자와 석류, 유자와 배를 혼합한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유자 혼합음료는 2013년 10월에 열린 대한민국농업박람회에서 인기를 모아 상품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최근 유자가 건강식품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식품과 가공원료로서의 가치를 재평가 받았다. 김은식 연구사는 “이번 현장접목를 통해 전남 유자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전남지역 유자 유기농 재배농가들은 중국과 일본을 주요 타깃으로 시장개척과 수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급 시장 선점을 위해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농가들과 가공업체는 부가가치 창출에 자신감을 갖고 재배규모 확대와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자 유기농과 유자차 가공의 앞날은 한 마디로 ‘맑음’이다.

유자 유기농 재배기술 및 유자차 가공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전남도농업기술원 김은식 연구사(061-552-3063)에게 문의하면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공공 “오른다 vs 민간 “내린다”…들쑥날쑥 아파트값 통계에 시장 혼란 가중 [도돌이표 통계 논란①]
  •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식품업계...가격인상 압박 눈치만
  • 하이브 "뉴진스 홀대? 사실무근…부모 앞세워 여론 호도하는 구태 멈춰야"
  • 사전청약 제도, 시행 3년 만에 폐지…공사원가 상승·부동산 경기 불황에 ‘정책 좌초’
  • 변우석·장기용·주우재 모아놓은 ‘권문수 컬렉션’…홍석천 보석함급? [해시태그]
  • 승자독식 구도…계속되는 경영권 분쟁에 기업·주가 몸살
  • '살해 의대생' 신상도 싹 털렸다…부활한 '디지털 교도소', 우려 완전히 지웠나 [이슈크래커]
  • MZ 홀리는 달콤한 맛...백화점 빅4, '디저트 팝업' 전행
  • 오늘의 상승종목

  • 05.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7,904,000
    • +1.62%
    • 이더리움
    • 4,120,000
    • -0.1%
    • 비트코인 캐시
    • 610,500
    • +0.25%
    • 리플
    • 705
    • +0.28%
    • 솔라나
    • 205,100
    • +1.58%
    • 에이다
    • 609
    • -1.3%
    • 이오스
    • 1,098
    • +0.37%
    • 트론
    • 176
    • -2.22%
    • 스텔라루멘
    • 146
    • -1.35%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850
    • -1.66%
    • 체인링크
    • 18,700
    • -1.84%
    • 샌드박스
    • 583
    • -0.6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