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기후변화, 노동력고령화 벽을 뛰어넘다… 사과 신품종 품질향상

입력 2013-12-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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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②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사과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 농가의 대표 과일이다. 사과가 지금처럼 과일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 뿐 아니라, 관계자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과 재배 농가의 시름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재배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노동력이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 신품종 안정생산과 품질향상을 위한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양상진 연구는 “농가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를 해결해 보다 나은 제품을 생산하고 소득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었다”며 “국산품종의 품질을 향상시켜 농가소득 증대와 재배면적을 확대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는 최소화시키고, 품질은 최대한 높여라

사과는 꿀벌과 호박별로 수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와 바이러스 등으로 꿀벌과 호박벌 개체수가 급감해 인공수분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농가 고령화로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인공수분이 농가에겐 부담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수분율을 높이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뒤영벌 봉군 수분법을 개발했다. 이 수분법은 저온이나 악천후에도 활동성이 높아 방화활동이 뛰어나고 한 봉군(벌통)에서 개체를 분리해도 작물에 대한 높은 방화력(꽃을 찾는 능력)을 발휘하는 뒤영벌의 특성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국내 개발품종인 감홍은 과실이 크고 식감과 당도가 우수한 고품질 사과다. 하지만 피해 부위가 둥글게 함몰되는 고두증상과 겉이 매끈하지 않고 녹이 난 것처럼 거칠어지는 동녹현상 때문에 상품화 비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고두증상과 동녹현상을 극복할 기술로 칼슘제 처리와 칼슘봉지 개발에 성공했다.

중생종 홍로의 상품성 향상을 위해서는 미세살수에 의한 밀증상 경감 기술을 개발했다. 고온기에 주로 발생하는 밀증상은 품질저하의 요인이다. 열대야가 일어나는 시기를 전후에 과수원 온도가 25℃ 이상 올라갔을 때 미세살수를 실시하면 밀증상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칼슘을 살포하면 상품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상품성 저하 요인 분석, 사과 재배 신기술 보급

본 연구사업은 주요 사과 재배지를 중심으로 체계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추진되었다. 연구진은 재배환경과 농가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농가가 필요로 하는 재배기술을 적재적소에 보급했다.

경북 청송 심상목 농가에는 뒤영벌 봉군 기술이 보급됐다. 뒤영벌 자연수분을 통해 결실율, 정형과율을 향상시켜 생산량 증대와 품질을 제고시키는 현장기술이다.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노동투하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뒤영벌 벌통 설치로 인공수분 비용을 절감시키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경북 영주 장진성 농가에는 고두증상과 동녹 현상 방지기술 기술이 접목됐다. 감홍사과는 육질이 좋고 당도가 우수하며 과실 크기가 큰 국내산 고급품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두증상과 동녹을 인해 상품화비울이 낮아서 농가에서 재배를 꺼리는 품종이기도 하다. 먼저 5~10월까지 칼슘제를 2회에 걸쳐 살포하도록 했고, 5월에 사과에 칼슘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보급했다.

충북 괴산 정순화 농가에는 홍로 미세살수 기술이 보급됐다. 이 기술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고온기 품질관리 대책의 일환이다. 여름철 고온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요즘 상황에서 미세살수에 의한 경감기술은 청명하고 풍성한 가을 하늘 같은 활용법이다. 생육기 열대야가 발생하면 저녁 6시와 8시에 30분 간 미세살수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7월 초순부터 8월 하순까지 칼슘제를 총 5회에 걸쳐 뿌리도록 해 부가가치 향상을 유도했다.

◆신기술 성공 여부는 질문과 답, 연구진과 지속적으로 의논

경북 청송군은 사과 재배에 있어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지만, 최근 꿀벌 개체 수 감소로 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상목 농가는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결실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수분기인 5~6월에 300평당 벌통 1개를 설치했다. 뒤영벌 수분과 결실율을 수시로 체크해 연구진과 지속적으로 의논했다.

감홍은 장점이 많은 품종이지만 단점도 있어 재배면적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 영주의 장진선<사진> 농가는 현장접목을 진행하면서 상품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매뉴얼에 따라 칼슘제를 2회 살포했고, 칼슘봉지 씌우기를 하루 만에 완료했다. 장진선 농가는 “현장접목 기술을 받아들인 후 고두증상과 동독현상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상품성이 좋아져 소득을 올리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순화(충북 괴산) 농가는 미세살수 시설을 설치해 무더운 여름을 무난히 넘겼다. 한 여름 과수원 온도가 25℃ 이상 올라갈 때 미세살수를 실시해 밀증상을 없애고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뛰어난 기술 효과적 적용, 소득 증대 이끌다

본 연구과제는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올렸다. 이미 검증을 마친 기술과 농가의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결실율을 올리고 인건비를 절감했다. 피해를 최소화한 반면 상품화율을 높였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품질향상을 이루었고, 농가소득을 끌어 올렸다. 전반적으로 재배기술이 향상되면서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뒤영벌 봉군 기술을 활용한 경북 청송 농가드은 수정율, 정형과율 상승과 노동력을 절감하는 차별성을 확보했다. 5개의 꽃이 고르게 자연수분되어 정형과율이 75%에서 85%로 높아졌다. 현장접목 전후를 비교했을 때 생산량은 12% 정도, 농가소득은 35% 가량 증가했다. 이 기술이 청송군 전체 재배농가에 적용된다면 약 370억 원의 소득제고 효과가 예상된다.

칼슘제 시비 및 칼슘봉지 재배기술을 활용한 경북 영주 농가들은 상품성 향상으로 소득증대 효과를 불러왔다. 감홍사과의 출현율이 ‘특 20%, 상 40%, 보통 40%’에서 ‘특 25%, 상 50%, 보통 25%’로 향상되었다. 고두증상과 동녹현상 발생율은 10~15% 수준에서 1%대로 현저히 감소했다.

고온기 미세살수 기술을 활용한 충북 괴산 농가들도 품질향상이 이루어져 단위 면적(10ha)당 8백만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었다.

과수는 한 번 심으면 오랫동안 재배되기 때문에 새로운 국산품종이 보급되어 뿌리를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국내 재배되는 품종 중 국산품종은 12.3% 정도에 머물러 있다. 국산품종의 보급 확대를 위해 우수한 재배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과 신품종 안정생산과 품질향상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양상진 연구사(031-240-3589)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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