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꿈 접은 김준기 회장… "그룹 생존이 먼저"

입력 2013-11-18 09:10 수정 2013-11-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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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사진> 동부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설을 돌파하고자 ‘필생의 사업’이라고 강조하던 반도체에서 손을 뗐다.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며 애착을 보여온 오랜 숙원 역시 결국 이루지 못했다.

동부그룹이 발표한 고강도 자구 계획안의 핵심은 동부하이텍 매각이다. 동부하이텍은 국내 최대의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이자, 김 회장이 지난 15년간 3500억원 가량의 개인재산을 털어 넣으며 공 들인 회사다. 동부가 지금까지 이 회사에 투자한 돈만 3조원에 이른다.

동부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처음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외환위기를 맞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로 전환했다. 2001년 자체 공장을 세우고, 이듬해 경쟁사인 아남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주된 비즈니스 모델은 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생산을 대행해주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대만업체가 시장을 선점해 후발 주자로서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 동부전자 설립 직후에는 외환위기가 터졌고, 2001년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막 시작했을 때는 미국의 ‘9·11 테러’ 사태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동부하이텍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돈을 투자하고, 글로벌 선도업체인 IBM과 도시바를 따라 잡기 위해 해외 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특히 아남반도체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 동부의 꿈’을 꾸준히 키워왔다. 김 회장이 2004년 재창업을 선언할 당시 “건설·금융·농업 분야에 맞춰진 그룹 포트폴리오를 동부하이텍 등 첨단 산업분야로 옮길 것”이라고 강조할 만큼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은 남 달랐다.

간간히 임직원들 사이에서 “반도체 때문에 그룹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김 회장은 “반도체는 힘들어도 나라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런 김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동부하이텍은 올해 상반기 2537억원의 매출액과 5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만년 적자’ 기업 동부하이텍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올해 연간 단위로 첫 흑자 달성을 노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룹 생존’이라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20년 동안 품어온 반도체 동부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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