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담철곤 대표이사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가 14일 등기이사직에서 갑작스레 물러났다. 등기이사에게 주어진 책임은 피하면서 오너로서 권한은 계속 누리려는 꼼수라는 시선도 나온다.
14일 오리온그룹의 최대주주인 이화경 부회장(14.49%)과 담철곤 회장(12.91%)이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오리온은 강원기·담철곤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원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회장·부회장 직위는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국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두 사람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리온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실무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경영상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오너의 등기이사직 사퇴 이유에 대해 다른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오너 일가의 사회적·법적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게 그들의 시각이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담 회장은 작년 오리온으로부터 매달 5억1761만원의 급여(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수월액 기준)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액수는 오리온 직원 평균 연봉의 180배에 달한다.
또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사태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서지간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지원을 요청했지만 담 회장이 이를 거절했다. 이 부회장은 언니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면서 도움은 주지 못했다.